[결렬 적십자회담]수석대표 접촉불구 접점 못찾아

  • 입력 2000년 9월 23일 19시 19분


금강산 적십자회담 나흘째인 23일 남북 대표단은 수 차례 접촉을 갖고 타협점을 찾기 위해 애를 썼나 합의에 실패했다.

○…남북은 오전 11시30분부터 12시까지 30분간 금강산호텔 5층 501호 박기륜(朴基崙) 남측 수석대표 방에서 수석대표들끼리 단독 접촉을 갖고 이견을 조율.

북측 최승철단장은 접촉이 끝난 뒤 “문안 조정 작업만 하면 된다. 구체적인 것은 귀(남)측 수석대표에게 물어보라”며 한때 밝은 표정. 박기륜 수석대표는 “우리측의 기본적인 입장을 설명하고 생사확인 문제는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북측의 부담을 고려해 시기와 규모 등은 융통성있게 실시한다는 안(案)을 제시했다”고 설명.

○…회담의 최대 쟁점이던 생사확인 문제에 대해 남측 관계자는 “생사확인 시기와 규모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돌아갈 수 없다”고 결연한 의지를 표명. 그럼에도 북측은 남측의 수정 제의에 대해 진전된 입장을 내놓지 않아 한때 회담이 결렬될 위기에 봉착하기도. 이런 분위기는 오후 4시10분부터 수석대표 단독접촉을 두 차례 더 가지면서 반전됐으나 끝내 결렬.

이 관계자는 북측이 쉽게 타협점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과 관련해 “북측은 생사확인 원칙에는 공감하지만 일시에 10만여명의 생사확인자 명단을 받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며 “10만여명의 명단을 받아 제때에 생사를 확인해주지 못하면 빚을 남긴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남측 대표단은 이날 아침까지만 해도 북측이 먼저 접촉을 제의하지 않으면 추가 접촉제의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 그러나 남측 대표단은 이산가족의 염원을 생각해 아무런 성과없이 돌아갈 수 없다는 판단으로 오전 10시40분경 호텔 앞마당에서 10여분간 대책회의를 가진 뒤 연락관 접촉을 통해 대표접촉을 북측에 제의.북측은 “남측의 양보안이 없으면 만나지 않겠다”고 버티다가 “수석대표방에서 조용히 만나자”며 접촉제의를 수용. 수석대표 접촉에 앞서 북측 최단장은 “(남측이) 만나자고 해서 만난다”며 퉁명스럽게 대답한 뒤 곧바로 수석대표방으로 직행.

<김영식기자·금강산〓공동취재단>spea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