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겉으론 "집회 강행"…지도부, 등원론 확산 고심

  • 입력 2000년 9월 23일 19시 20분


“아직까지는 ‘고(go)’다.”

한나라당 주진우(朱鎭旴)총재비서실장은 23일 대구집회(28일 예정) 강행 여부를 묻자 이렇게 말했다.

여러가지 상황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의 ‘공식입장은 여전히 강경론이 주류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도 “여당이 ‘엄호성(嚴虎聲)의원 발언파문’ 등을 이용해 야당의 국회등원을 압박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면 이는 안이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내심 당 지도부의 고민은 적지 않다. 이회창(李會昌)총재의 한 측근도 “이총재가 사실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엄의원 발언으로 여당에 반격의 빌미를 준데다, 최근 세 차례나 대규모 장외집회를 계속하면서 소속의원들과 지구당위원장들이 인원동원 등에 따른 부담을 적잖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박관용(朴寬用) 김덕룡(金德龍) 손학규(孫鶴圭) 박근혜(朴槿惠)의원 등 당내 비주류 중진들이 부산 집회를 계기로 등원을 주장하고 있는 것도 이총재로서는 부담스럽다. 국회등원론에는 당내 일부 소장파의원들도 동조하고 있어 전당대회 이후 당내에서 거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비주류세력의 연대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비주류 연대에 대해서는 서로 처한 상황이 달라 ‘의미있는 연대’를 구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주류측이 등원론을 매개체로 해 모처럼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됐다는 점에서 당 지도부도 이를 경시할 수만은 없게 됐다.

등원 여부는 25일 총재단회의와 의원총회에서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이회창총재도 ‘KBS 일요진단’ 프로그램 녹화에서 조건부 등원의사를 밝혔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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