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권보고서 16년만에 유엔 제출

북한이 최근 유엔의 6대 주요 인권협약 중 하나인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대한 국제규약'(이른바 B규약)의 이행과 관련한 인권보고서를 16년만에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UNHCHR)에 제출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유엔과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북한은 81년 12월 이 협약에 가입해 84년 4월 1차 보고서를 낸 뒤 87년 10월13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2차 보고서를 내지 않고 있다가 지난 3월20일 제출했다. 북한은 5년마다 요구되는 보고서 제출의무를 87, 92, 97년 잇달아 지키지 않아 국제적으로 비판받아 왔다.

특히 유엔 인권소위원회는 97년 8월 북한에 대해 인권보고서를 조속히 제출하고, 거주이전의 자유도 보장하라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으며 당시 북한은 이에 반발해 이 조약으로부터의 탈퇴를 선언했었다.

따라서 북한의 이번 보고서 제출은 97년의 협약 탈퇴선언을 번복했음을 사실상 천명하는 것이며 그 내용에는 당시 유엔 인권소위가 제기했던 거주이전의 자유 문제에 대한 입장이 어떤 형식으로든 포함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6대 인권협약 중 B협약과 'A규약'으로 불리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 '아동권리에 관한 협약' 등 3개 협약에 가입한 상태인데 89년 2차 보고서를 끝으로 제출하지 않고 있는 'A규약' 보고서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관계자들은 북한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북한이 지난해부터 대미 일변도 외교에서 벗어나 '전방위외교'를 펴고 있는 만큼 인권상황 개선을 관계개선의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유럽연합(EU) 등을 겨냥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