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어린이 돕기사업]20~23일 평양 현장상황 점검

  • 입력 2000년 9월 24일 19시 31분


‘북한 어린이 돕기’ 사업을 벌이고 있는 동아일보와 한민족복지재단은 20∼23일 5명의 대표단을 평양으로 보내 그간의 지원사업에 대한 이행상황을 점검했다. 대표단은 의료장비와 의약품을 지원한 평양제1인민병원 등 관련현장을 직접 돌아보고 어린이돕기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북한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조선의학협회측도 이 사업에 깊은 신뢰를 표시하고 감사의 뜻을 밝혔다.한민족복지재단과 조선의학협회는 향후 사업과 관련한 4개항의 합의서에 서명했다. △평양제1인민병원 소아과의 현대화사업 및 13개 도 소아병원으로의 점진적 사업 확대 △10월중 고려당 제빵설비의 평양 설치 노력 △향후 5년간 북한 어린이 집단구충사업에 필요한 의약품 지원 △한민족복지재단이 건설중인 로뎀제약공장의 완공 및 운영 협력 등이다.

▼빵 급식사업/크기 두배로 영양소 듬뿍 "내달 빵공장 설치"▼

요즘 평양 어린이들의 최고 인기식품은 동아일보와 한민족복지재단이 보내주고 있는 ‘고려당빵’이라고 북측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동아일보와 한민족복지재단은 8월중순부터 독자 및 재단회원들의 성금으로 ㈜고려당 베이징(北京) 공장의 빵을 구입해 북한 어린이들에게 급식하고 있다.

고려당빵은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1만2000개씩 중국 단둥(丹東)과 신의주를 거쳐 평양으로 전달된다. 북한 어린이들에게 전달되는 빵은 ‘사랑의 빵’으로 명명됐다.

북한 어린이들을 고려해 만들어진 이 빵은 국내의 보통 빵보다는 두배 정도 큰 150g짜리. 또 어린이들이 설사를 하지 않을까 우려해 크림을 줄이는 대신 영양소를 더 많이 넣었기 때문에 한 개만 먹으면 하루를 버틸 수 있다는 게 고려당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내에서는 혹시 빵이 군용으로 전용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도 없지는 않다. 이에 대해 북측 관계자는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아들, 손자의 빵을 빼앗겠느냐”고 얼굴을 붉혔다.

빵 급식의 효과가 크자 한민족복지재단과 아태평화위는 가능하면 10월중에 평양에 고려당의 제빵설비를 설치키로 했다. 평양에 빵공장이 생기면 북한 어린이들에게 보다 지속적인 배급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집단 구충사업/13세미만 250만명에 구충제▼

한민족복지재단과 조선의학협회는 평양 고려호텔에서 모두 3차례 회의를 갖고 ‘기생충이 없는 한반도’를 만들기 위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양측은 13세 미만의 북한 어린이 250만명에 대한 ‘근본적인 집단구충’에 나서기로 의견을 모았다.

북측은 동아일보와 한민족복지재단이 7월에 보내준 250만정의 구충제 알젠탈(신풍제약)로 11월경 한차례의 전국적인 집단구충사업에 나설 방침임을 밝혔다. 양측 전문가들은 향후 5년간 지속적으로 집단구충사업을 벌여 기생충을 완전퇴치할 필요가 있다는데 공감했다.

남측 전문가인 임한종(林漢鐘) 한국건강관리협회장은 남한의 경우 71년엔 80%가 훨씬 넘었던 기생충 감염률이 이제는 거의 0에 가까워진 상태임을 설명하고 매년 학교에서 두 번씩 강제로 기생충검사를 실시하고 5년마다 전국적인 조사를 했던 경험을 소개했다.

북측 전문가인 나순영(羅順榮)박사교수는 북측도 전쟁 후 구충사업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80년대에는 기생충이 거의 박멸됐으나 최근 자연재해 등의 영향으로 어려움이 생겼다고 밝혔다. 양측은 또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논의되고 있는 휴전선일대 말라리아 공동방제의 필요성에 공감을 표시하고 민간차원에서 적극 협력키로 뜻을 모았다.

▼어린이병원 현대화/의료장비-용품 지원 시급▼

방북단이 평양 체류 중 의료분야와 관련해 초점을 맞춘 것은 3가지였다. 우선 방북단은 22일 낮 해방직후 세워진 평양제1인민병원을 찾았다. 한민족복지재단이 지금까지 보낸 의료장비와 의료용소모품, 영양대용식품 등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7월까지 보낸 것들은 빠짐없이 병원에 구비돼 있었다. 다만 9월 5일 인천항에서 남포항으로 보낸 어린이영양제 등은 컨테이너 운반이 지체돼 아직 병원에 도착하지 못했다는 게 북측관계자들의 설명이었다.

두 번째로 대표단은 평양제1인민병원에 어린이병원을 세우는 것의 타당성을 집중 검토했다. 이 병원의 건물 한 동을 소아병원으로 만들고 의료장비와 용품을 긴급 지원해야 한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맥주병이 링거 병으로 사용될 정도로 의료용품 부족난이 심각해 보였다. 이 병원의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13개 도로 어린이병원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이 병원에 심장센터를 건립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당초 대표단은 “가능하면 북에서 제일가는 김만유병원보다 나은 수준의 심장센터를 건립하고 싶다”는 의욕을 보였지만 이 병원의 인력과 설비로 볼 때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기 때문이다.

<문철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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