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회담의 경우, 우선 남북한의 군수뇌부가 마주앉아 논의한 끝에 공동보도문을 낸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를 갖는 일이다. 또 민간인 왕래와 교류 협력을 보장하기 위한 군사적 협력을 약속하고, 군사적 긴장 완화와 전쟁의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키로 합의한 것은 매우 중요한 시작이라고 평가된다. 문제는 이를 뒷받침할 만한 방안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경의선 철도 복원공사와 관련, 주변의 비무장지대를 개방하고 양측의 관할지역을 정하는 문제를 정전협정에 따라 처리하기로 한 것은 의미있는 일로 이는 군사정전위 관할인 비무장지대를 남북한이 직접 협의해서 나누어 관리하게 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합의 사항을 보면 예상대로 북측이 주장하는 경의선복원 공사에 따른 협조문제만 논의 합의됐고 우리쪽에서 제기한 구체적인 신뢰구축방안은 공동보도문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즉 군수뇌간의 직통전화설치, 군사훈련의 상호통보 및 참관단 교환 같은 실질적인 군사적 긴장완화 방안에 대해 아무런 진전이 없었던 것은 유감스러운 부분이다.
더구나 경의선 연결공사에 따른 세부사항을 양측 군의 실무급이 추진하기로 했으면서 ‘실무 군사위원회’라는 표현을 쓰지 않은 것도 마음에 걸린다. 북측이 ‘위원회’라는 틀을 마련하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북측 입장이 주로 반영됐다는 지적에 유의, 11월 중순 북측지역에서 개최하기로 한 2차회담 이후 회담의 정례화와 함께 긴장완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논의하는 평화협상이 성사되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다.
남북경제협력 실무접촉 대표단이 투자보장과 이중과세방지 등 제도적 장치를 빠른 시일안에 타결키로 합의한 것은 경협을 위한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북한은 이미 21개국과 유사한 종류의 협정을 맺고 있으며 우리나라가 이들 국가보다 훨씬 더 적극적이고 우호적으로 대북경협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합의는 시간문제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의를 다음 회의로 미룬 것은 식량지원과 연계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던져 준다.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일의 순서가 뒤바뀐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번에 대북식량지원에 관해 북측과 합의했다면 하루빨리 그 규모와 시기 조건 등을 국민에게 공개하고 동의를 구하는 수순을 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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