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총무회담 결렬…혹시나 했더니 역시 "제 갈길"

  • 입력 2000년 9월 27일 18시 57분


26일 세차례에 걸친 여야 총무회담이 결렬된 뒤 여야는 27일 기다렸다는 듯 상대방을 비난하며 각자의 길을 가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억지주장을 편 것은 대구 장외집회를 강행하기 위한 수순에 따른 것”이라고 비난했고, 한나라당은 “말과는 달리 영수회담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민주당의 속내가 드러났다”고 비난했다.

또 민주당은 29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동티모르 유엔 평화유지군(PKO) 파병연장 동의안을 단독으로라도 처리키로 했고, 한나라당은 예정대로 이날 대구 장외집회를 강행키로 했다. 이미 여야의 길은 틀어진 셈이다.

27일 오전 잇따라 열린 민주당의 당6역 회의와 대야협상팀 회의에서는 한나라당에 대한 성토가 주류를 이뤘다.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은 당6역 회의에 앞서 “실무접촉이 없는 영수회담은 하지 말자는 것과 같다”며 “한나라당은 ‘협박’을 하며 영수회담을 하자고 하고 있다”며 대야 공세의 포문을 열었다.

정균환(鄭均桓)총무도 “한나라당은 여당이 받을 수 없는 안을 내놓고 ‘5분 안에 답을 하라’고 몰아붙였다”며 “대구 장외집회에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당내 등원론자들을 무마하기 위해 영수회담 카드를 꺼낸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가세했다.

반면 이날 오후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는 여권에 대한 성토장이었다. 이회창(李會昌)총재를 비롯해 정창화(鄭昌和)총무, 이재오(李在五)사무부총장 등 당직자들이 직접 성토에 나섰다. 민주당의 ‘영수회담 지연작전은 대구 장외집회의 열기를 약화시키려는 저의’라는 게 한나라당의 기본시각.

정총무는 의총에서 총무협상 과정을 소개한 뒤 “여당의 태도는 협상을 질질 끌어 우리의 투쟁역량을 약화시키려는 것”이라며 “이는 총재가 제의한 영수회담을 거부하려는 자세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보고했다.

이총재는 “영수회담을 통해 헝클어진 정국을 풀고자 했는데 대통령은 정국을 풀고 싶은 생각이 없는 모양”이라며 “한 사람의 고집으로 정국이 꼬일 때 자신뿐만 아니라 국민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보여주자”고 단합된 투쟁을 강조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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