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색정국]與 홀로 국회로…野 장외서 목청

  • 입력 2000년 9월 29일 18시 56분


《여야는 결국 29일 각자 다른 길을 갔다. 한나라당은 대구 장외집회로, 민주당은 단독국회로 예정된 행로를 밟았다.》

▼민주당 "나홀로 국회"…총무단 등원협상 채비▼

민주당은 이날 오전 당무회의와 총무단회의,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고 한나라당의 대구집회를 강력히 비난했다. 또 단독국회를 열어 30일 파병기간이 끝나는 동티모르 유엔평화유지군(PKO) 파병연장동의안을 처리했다. “30일이 지나면 국군 상록수부대의 동티모르 체류가 불법화되기 때문에 단독처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민주당의 설명이었다.

일부 의원들은 “한나라당이 장외투쟁을 할 때 아예 추경예산안 등 민생현안까지 단독으로 처리하자”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더 이상 한나라당을 자극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훨씬 많았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국민기초생활보장제 점검을 위한 보건복지위 간담회를 개최했다. 장외로 도는 한나라당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려는 전략의 일환이었다.

서영훈(徐英勳)대표는 당무회의에서 “한나라당이 또 대구에서 정부와 여당에 대한 비판을 하면서 민심을 선동하려고 한다”고 성토했고,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은 “진정 경제를 생각하고 국가를 생각하는 한나라당이라면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일으키는 장외투쟁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대야협상 사령탑인 정균환(鄭均桓)총무도 “133석의 의석을 가진 제1당이 민생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국회를 외면하고 장외집회를 하는 것은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 속에서도 당 총무단은 한나라당과의 협상을 위한 채비를 다시 갖추기 시작했다. 한나라당의 ‘투쟁 프로그램’이 대구 장외집회를 끝으로 ‘소진’됐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장외서 목청▼

29일 대구 두류공원에서 열린 한나라당의 ‘김대중(金大中)독재정권 범국민 규탄대회’에서는 “약자만 괴롭히는 하이에나 같은 정권” “거짓말 전문 정권” 등 강도 높은 비난발언이 쏟아졌다.

▽‘대구는 IMF’?〓연사들마다 우방부도 여파 등으로 인한 지역경제 악화를 거론했다.

이회창(李會昌)총재는 “대구지역의 건설업체는 전부 망했고, 섬유산업도 절망적인 상태에 있다”며 “여러분의 피와 땀으로 일으켜 세운 경제가 무능한 정권 때문에 위기를 맞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상배(李相培)의원은 “2년 동안에 회사 2만개가 도산하는 등 지역경제가 몰락했으며 대구 경북에는 온전한 기업이 거의 없다”고 말했으며, 안택수(安澤秀)의원은 “대구는 지금 ‘IMF’”라고 말했다.

정창화(鄭昌和)총무도 “청구가 망하고, 보성은 문을 닫고, 이제 우방까지 문을 닫았다. 염색공장 방직공장이 다 부도가 나니, 대구사람들 뭘 먹고살아야 할지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대여 공세〓강재섭(姜在涉)부총재는 “정부가 야당에는 ‘얼음정책’, 북한에는 김정일(金正日)을 태양처럼 받드는 ‘태양정책’을 쓰고 있다”며 “이제는 김정일까지 가세하는 ‘4김 정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난했다. 그는 또 “의약분업 실시로 유일하게 좋은 점은 병원에 의사가 없어 조직폭력배가 칼부림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비꼬았다.

임인배(林仁培)의원은 “대구 경북 경제가 최악의 상황인데도 노벨상에 눈이 어두워 밤낮 김정일 눈치만 보는 대통령은 도대체 어느 나라 대통령이냐”고 물었다. ▽대회 진행〓

이날 집회에는 문희갑(文熹甲)대구시장 이의근(李義根)경북지사 등 한나라당 소속 자치단체장들도 자리를 함께 했으나 당내 비주류인사 중 박근혜(朴槿惠)부총재와 김덕룡(金德龍)의원은 불참했다. 대회가 끝난 뒤 참석자들은 이총재를 선두로 남구 명덕교차로까지 4㎞ 구간을 가두행진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집회에 10만명 이상이 참가했다고 주장했으나 경찰은 2만명쯤으로 추산했다.

<윤영찬기자·대구〓공종식·선대인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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