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조명록차수 방미]정부 "남북관계 개선 큰 도움"

  • 입력 2000년 10월 1일 18시 49분


북한 조명록(趙明祿)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총정치국장이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것에 대해 정부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그 성과에 대해서는 “북측 태도에 달려 있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박준영(朴晙瑩)대통령 공보수석비서관은 “조부위원장의 방미는 대단히 의미있는 것으로 북―미 관계 개선에 돌파구 마련이 기대된다”며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개선이 병행해서 이뤄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는 “그의 방미 때 북―미 양측간 제반 현안들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짐으로써 양국 관계 정상화에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통일부는 “정부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서로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 좋다는 판단아래 그동안 북―미관계 개선을 적극 지원해 왔다”고 상기했다.

정부 일각에서는 그동안 남북 정상회담과 6·15 공동선언 이후 “(북―미관계 개선 없이) 남북관계만 너무 앞서 나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없지 않았다. 한반도 문제의 ‘국제적 성격’을 감안한다면 남북간 노력만으로는 해결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남북경협을 포함한 대북투자가 활발해지려면 북한이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IBRD)과 같은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북―미관계가 개선돼 북한이 미국의 테러지원국 리스트에서 빠져야만 한다.

정부 당국자는 “북측이 군의 실질적 최고 책임자인 조부위원장을 특사로 결정한 것은 ‘핵과 미사일, 테러지원국 문제 같은 미국과의 현안을 풀지 않고서는 북의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따라서 조부위원장의 이번 방미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진전이 서로 ‘보폭’을 맞추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북한이 정전협정을 북―미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자는 기존 입장을 주장할지 모른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평화협정은 남북한간에 맺어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확고한 입장인 만큼 문제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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