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인물-정보-돈-힘-전략 아무것도 없는 5無정권"

  • 입력 2000년 10월 2일 18시 56분


《“우리 여당 맞아?” 요즘 민주당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허울만 집권당일 뿐 국정을 끌고 갈 힘도 의지도 없는데 우리가 어떻게 여당이냐는 자조(自嘲)의 소리다. 물론 이런 말들은 그냥 넋두리거나 엄살일 수도 있다. 소수파 정권이라고 해도 우리처럼 대통령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돼 있는 체제하에서 집권 여당의 힘은 막강하다. 그런데도 왜 이런 자탄이 나오는 것일까. 당 관계자들은 그 답을 ‘5무(無)’에서 찾았다. 정치를 주도할 인물 정보 돈 힘 전략이 없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최근 한나라당이 장외로만 돌아도 이를 장내로 유인할 만한 정국주도권과 역량이 없음을 실감하면서 이들의 자조도 더욱 깊어졌다.》

▼요직 개편때마다 "좋은 사람없나?"▼

▽인물이 없다〓여권의 면모 일신을 위한 진용 개편 얘기가 나돌 때마다 여권 관계자들은 “대안이 없다”고 한탄하기 일쑤다.

“어디 좋은 사람 없어?”라고 되묻는 사람들도 많다. 여권의 인력 풀이 그만큼 협소하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다.

특히 총재(대통령)를 위해 ‘총대’를 메고 선두에 설 ‘악역(惡役)’이 없다는 자탄도 적지 않다. 총재의 뜻을 충실히 전달하는 ‘심부름꾼’은 많아도 정작 자신의 ‘목’을 내놓고 일할 사람은 드물다는 의미에서다.

▼각종기관서 주던 자료 오래전 '뚝'▼

▽정보가 없다〓여권의 한 고위인사는 얼마전 검찰 관계자와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다 전화가 끊어졌다. 그것으로 그만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다시 전화를 걸어오지 않았다. 그는 “과거 같으면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일이냐”며 씁쓸하게 웃었다.

집권 전반기만 해도 그렇지 않았으나 4·13총선을 계기로 ‘여소야대’ 구도 하에서 집권 후반기로 접어들자 관료조직의 보신주의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얘기다. 또한 국가정보원의 국내정보업무도 예전 같지 않다는 불만 섞인 지적도 나오고 있다.

▼"黨빚 100억說…신문구독까지 줄여▼

▽돈이 없다〓민주당 대변인실은 최근 살림을 많이 줄여나가고 있다. 당이 상당액의 빚을 지고 있다는 얘기도 정치권에 나돌고 있다.

청와대 형편도 비슷하다.

2급이상 청와대 비서관이 한달에 사용할 수 있는 활동비(카드)는 100만원. 한 비서관은 “밥 살 재주는 없고, 품위는 지켜야 하고, 사람을 만나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고 말한다.

▼부처 정책 단독발표 '따돌림설움'▼

▽힘이 없다〓지난달 고유가대책의 일환으로 산업자원부가 전기요금 인상안을 들고 나오자 민주당 정책관계자들은 혼비백산했다.

당과는 사전에 아무런 상의를 거치지 않은 산자부의 ‘단독 플레이’였기 때문.

정부에 힘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의약분업사태가 의외로 악화되면서 정부가 처음에 내세웠던 ‘원칙론’은 시간이 갈수록 후퇴하고 ‘좋은 게 좋다’는 식의 타협론으로 흘렀다. 결국 국무총리와 보건복지부장관의 ‘사과’와 ‘유감표명’이 잇따랐다. “힘도, 정보도, 돈도 없는 정권이 강단조차 없다”는 자탄이 뒤따랐다.

▼"실세들 위기관리는 뒷전 파쟁만…"▼

▽전략이 없다〓정국전체를 조망하고 위기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여권내 사령탑이 없다는 지적도 무성하다. 대통령은 ‘바른 말씀’만 얘기하는데, 아래에서는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각론’이 없다는 것이다. “전략적 마인드를 가진 사람은 ‘실세’가 아니고 ‘실세’는 전략적 마인드가 없다”는 말은 여권의 구조적 문제점을 단적으로 드러내주고 있다. 더욱이 ‘실세’들의 편가르기와 분화 현상마저 심화되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실세’라는 사람들이 전체가 모여 머리를 짜내도 부족한 판인데 ‘내편 네편’ 하며 눈앞의 소리(小利)만을 좇고 있는 것은 아직도 위기의 본질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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