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派공작원 명단공개]정부 시인도 부인도 못해 고심

  • 입력 2000년 10월 3일 23시 45분


민주당 김성호(金成鎬)의원이 북한의 남파간첩에 대비되는 남한의 ‘북파 공작원’ 366명의 명단을 공개함에 따라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정부 당국은 이와 관련해 시인도 부인도 할 수 없어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북파 공작원’의 인정은 우리의 대북 비판 단골메뉴인 ‘정전협정 위반’을 자인하는 셈이 되고, 반대로 이를 외면할 경우엔 최근 남파간첩의 북송과 비교돼 “우리 정부는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 지난달 북송된 비전향장기수 63명 중 46명(73.0%)이 남파간첩이었다.

북파공작원을 양성하고 파견한 기관은 ‘HID’로 불리는 육군첩보부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의원측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HID’의 1∼3기 366명 중 232명은 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에도 공작활동을 했다. 이중 2기생 김모씨는 53년2월15일 선발돼 56년9월18일 해고(실종)될 때까지 1311일간 활동했다.

북파공작원은 전쟁고아 넝마주이 빈농 도시빈민 등 소외계층 출신이 대부분이었으며 이북이 고향인 사람이 76.7%(281명)에 달했다. 특히 이북출신 중 70.4%인 198명이 황해도 출신. 북파 당시 공작원의 평균나이는 25세로 20대가 40.4%, 30대가 19.4%, 40대이상이 3.2%였고 10대도 27.3%나 됐다. 2기생 중 이모군은 북파 당시 14세에 불과했고, 김모씨는 52세였다. 이들의 주임무는 중요시설 폭파, 후방 교란, 기밀수집 등.

김의원측은 “72년 ‘7·4남북공동성명’ 전까지 북파된 공작원 가운데 실종 사망 생포돼 귀환하지 못한 공작원 수가 7726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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