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테러지원국 꼬리표 뗄듯…'모든 테러 반대' 공식 천명

  • 입력 2000년 10월 6일 18시 56분


북한 조명록(趙明祿)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미국 방문(8∼12일)을 앞두고 북한이 테러행위 반대를 공식천명함에 따라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될지 여부가 주목된다.

이에 앞서 웬디 셔먼 미 한반도정책조정관은 5일 조 부위원장의 방미에 관한 특별 브리핑을 통해 “대단히 중요하고 어려운 이 문제(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제외하는 것)에 대해 곧 어떤 진전을 이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셔먼 조정관은 “북한은 그들이 취해야 할 조치가 무엇인지를 잘 인식하고 있고 그에 대한 미국 법은 분명하다”며 “우리는 궁극적 목표를 향해 어떤 진전을 이룰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최근 뉴욕에서 열린 마이크 쉬한 테러담당대사와 북한 김계관(金桂寬)외무성부상 간의 회담에서 테러지원국 문제에 관해 매우 실질적이고 유용한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전권(全權)특사인 조 부위원장과의 회담 이후 적절한 시점에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를 취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미국은 87년 북한이 대한항공 여객기에 대한 테러를 감행한 뒤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포함시켜 금융지원 금지 등 제재조치를 취해왔다. 미국은 이를 토대로 세계은행(IBRD)국제통화기금(IMF) 등의 대북 차관제공에 반대해 북한은 외화의 차입이 원천적으로 봉쇄돼 왔다.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제외하는 것은 미 행정부의 재량에 속하나 그같은 결정을 내리기 45일 전에 의회에 북한이 최근 6개월간 테러를 지원하지 않았음을 보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의회의 동의를 얻을 필요는 없으나 의회가 이의를 제기할 경우 행정절차가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내년 1월 빌 클린턴 대통령의 퇴임 전에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특히 일본은 북한의 일본인 납치 의혹과 70년대 요도 호를 납치한 적군파를 북한이 보호하고 있는 것 등을 들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한미일 3국이 조 부위원장의 방미를 앞두고 7일 워싱턴에서 대북정책협의회를 개최하는 것도 이에 관한 입장을 조율하기 위한 것.

조 부위원장은 8일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해 윌리엄 페리 전 대북정책조정관을 면담한 뒤 9일 워싱턴으로 이동, 10일 클린턴 대통령을 예방하고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회담한다. 이어 11일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을 면담하고 12일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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