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살고 있는 아내 장모씨(83)가 40여년 전 헤어진 남한의 남편 손모씨(86·6월 사망)에게 90년대 초 보내온 편지의 한 구절이다. 지척의 사이에 두고도 ‘삼팔선’과 ‘법’에 가로막혀 몇 나라를 건너 간간이 편지를 전할 수밖에 없었던 부부의 사연은 이렇다.
39년 장씨와 결혼한 손씨는 4남2녀의 단란한 가정을 이뤘지만 6·25전쟁이 터지자 아들 둘만을 데리고 월남해 56년 남한에서 만난 이모씨와 재혼해 새 가정을 꾸렸다. 손씨는 그러나 북에 두고 온 전처와 나머지 자식들을 잊지 못했고 80년대 말에는 북의 가족을 그리는 비석을 세우기도 했다.
북한을 방문하는 해외동포들을 통해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헤매던 손씨는 마침내 90년 초 이들이 살아있음을 확인했다. 그때부터 미국과 일본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가는 총련계 사람들을 통한 서신교환이 시작됐다. 10여년간 손씨가 보내온 50여통의 편지 속에는 시부모의 무덤을 손질하고 증손자의 약혼식을 치렀다는 등 자잘한 소식 이외에도 헤어진 가족을 향한 그리움이 빼곡히 담겨있다.
애타는 마음은 북한의 자식들도 마찬가지.
“그립고 보고 싶은 아버지. 밤이고 낮이고 기다려 온 40여년 세월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를 써 놓고도 보낼 곳이 없어 혼자 울며 가슴에 묻어 두고 쌓아 놓았던 편지가 몇 통인지요….”
그러나 그들이 애타게 그리던 남편과 아버지는 이제 이 세상에 없다. 3년 전부터 파킨슨병과 노인성 치매 등으로 병원생활을 계속하던 손씨가 6월 눈을 감고 말았기 때문이다.
남한에 있는 손씨의 장남은 “그동안 모은 100억여원에 이르는 재산의 절반이라도 북에 있는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아버지의 뜻을 이루겠다며 북한에 있는 친모의 입적(入籍)등 법적인 절차를 진행 중이다. 손씨의 장남은 현재 이 유산의 분배를 둘러싸고 계모 및 이복 동생들과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