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조명록 방미]북 테러국해제-제재완화 청신호

  • 입력 2000년 10월 8일 23시 20분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전권(全權)특사인 조명록(趙明祿)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북한과 미국이 반세기에 걸친 적대적 관계를 청산, 본격적으로 관계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북―미 양국이 6일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이 모든 형태의 국제 테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천명한 것은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제외하기 위한 사전 포석.

이에 따라 양국은 그동안 관계 개선을 가로막아온 커다란 걸림돌을 치우고 양국관계를 정상화시키는 구체적 방법을 모색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측 요청으로 이뤄진 이번 북―미 고위급 회담에서 조 부위원장이 어떤 ‘보따리’를 풀어놓을 것인지 여부이다. 테러지원국 문제만 하더라도 북한이 일본의 항공기 요도호 납치범들에게 계속 은신처를 제공한다면 미국의 법적 절차 때문에 진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게 미국의 분명한 입장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또 북한이 체제의 안전 보장을 위해 절실히 원하고 있는 평화협정 체결 문제는 근본적으로 한국전쟁의 당사자인 남북간에 해결되어야 할 문제라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주한미군 철수도 한미간에 협의할 문제이지 북―미간에 다룰 의제가 아니라는 게 미국의 확고한 입장.

게다가 북―미간에는 아직도 북한의 미사일문제와 핵 동결 유지 등 난제가 남아 있어 일사천리로 관계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다만 94년 양국이 합의한 뒤 북한의 미온적 태도 때문에 진척이 없었던 연락사무소 개설 문제는 북한의 태도 여하에 따라 진전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빌 클린턴 대통령이 조 부위원장 면담 전망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6일 “일단 그의 이야기를 들어볼 것”이라고 말한 것은 북―미관계는 북한의 긍정적 태도 변화가 있어야 진전될 수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북한은 이같은 미국의 입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 나름대로 미국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메시지를 조 부위원장을 통해 미국에 전달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입장에선 대미관계 개선이 체제의 안정을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이므로 김정일국방위원장의 최측근인 조 부위원장의 방미를 최대한 활용하려 들 것이고 나름대로 그에 대한 준비가 끝났기 때문에 방미를 제안했을 것이라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분석이다.

미국이 이번에 공동성명 형식으로 북한의 테러 반대를 천명한 것은 북한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배려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미국의 테러 명단에서 빠져야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로부터 경제난 극복을 위한 외화차입이 가능하다.

이에 앞서 미국은 6월 북한에 대한 ‘불량배 국가(rogue state)’라는 표현을 ‘우려국가’로 바꿔 부르기로 하고 7월엔 대북 금수(禁輸)조치를 50년만에 해제, 경제제재를 크게 완화하는 등 관계개선을 위한 준비작업을 단계적으로 밟아 왔다.

지난달초 김영남(金永南)북한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미국 항공사의 검색에 항의, 방미를 취소했을 때 양국이 갈등을 조기에 매듭지은 것도 관계개선의 큰 틀이 흔들리는 것을 서둘러 차단하기 위한 의도에서였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이같은 정황에서 볼 때 조 부위원장의 방미는 북―미 관계의 돌파구를 열 것으로 보이나 구체적 결과를 예단키는 어렵다”고 말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북-미간 현안
북 한 입 장분 야미 국 입 장
인공위성 미국 대신발사시 포기 금전적 보상장거리 미사리 중단거리 미사일개발중단 수출금지
북-미간 기본합의 조속 이행핵의혹시설 상시 방문 확인
조속한 전면 해제경제제재 해제북한태도에 따라 점진 해제
무조건 즉각 해제테러리스트국 해제요도호 납치범 인도 등 사전조치의 선행 요구

북 조명록 방미 주요 일정
8일 샌프란시스코공항 도착, 윌리암 페리 전 대북정책조정관과 회담
9일 워싱턴 도착, 웬디 셔먼 대북정책조정관과 회담
10일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회담, 클린턴 대통령 면담
11일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회담, 월리암 코언 국방장관 및 웬디셔먼 대북정책조정관과 면담
12일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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