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조명록특사 워싱턴행보 베일속…美, 언론접근 차단

  • 입력 2000년 10월 9일 19시 39분


북한의 실질적인 2인자인 조명록(趙明祿)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역사적인 미국방문이 서방세계에 급변하는 북한의 이미지를 어떻게 ‘홍보’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 부위원장은 서방언론에 모습을 드러내는 북한 당국자 중 최고위층이다. 6월 남북정상회담 때 북한의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한국언론을 통해 그간 베일에 싸여 있던 모습을 드러냈지만 외국언론은 당시 방북에서 제외돼 직접 취재가 불가능했었다.

따라서 대부분의 서방언론은 조 부위원장의 이번 방미를 통해 북한 최고 지도부의 생각과 행동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처음으로 얻은 셈이다. 그동안 국제사회에서의 위상과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온 북한으로서도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다.

8일 오후 샌프란시코 공항을 통해 미국에 도착한 조 부위원장이 군복이 아닌 감색 정장 차림으로 보도진에게 모습을 보이고 잠시 사진촬영에 응한 것도 언론을 염두에 둔 제스처.

그러나 조 부위원장의 워싱턴 체류 일정은 9일 댈러스 공항 도착부터 언론의 접근이 차단되는 등 폐쇄적으로 짜여 있다. 미 국무부가 배포한 조 부위원장의 일정에 따르면 언론은 그가 국무부에 도착하는 장면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인사하는 장면 등에 대한 사진취재만 가능할 뿐 일문일답이나 기자회견 등은 잡혀있지 않다. 조지타운대는 조 부위원장이 워싱턴에 체류하는 동안 특별강연이 가능한지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성사 여부는 불확실하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조 부위원장이 미국측과의 회담을 모두 마친 뒤 북―미 양국이 공동기자회견을 가질지 여부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회담에서 구체적 진전이 있을 경우 최소한 공동성명 정도는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조 부위원장을 수행한 강석주(姜錫柱)외무성 제1부상과 김계관(金桂寬)외무 부상 등은 그동안 미국측과 각종 회담을 가질 때는 상황에 따라 언론에 적절히 자신들의 입장을 밝혀 왔다. 이들은 서방 외교관 못지않은 세련된 매너를 보여 회담 상대는 물론 언론으로부터도 비교적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조 부위원장이 군인이기 때문에 외교관들처럼 유연하게 처신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또 그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하기 때문에 임무의 성격상 언론 접촉이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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