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회담/정부 반응]"남북관계 개선에도 청신호"

  • 입력 2000년 10월 12일 19시 17분


12일 발표된 북한과 미국간의 공동성명에 대해 정부 관계자들은 “북―미 관계 전반의 질적 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남북관계 개선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연락사무소 개설 등 실질적 진전사항들이 성사되지 못했고 남북한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당사자임을 천명하는 내용이 없는 것 등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정부 당국자는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방북 준비 등을 위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은 수주일 내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는 그동안 미국측에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과의 직접 대화를 권유해왔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미국 대통령의 방북이 즉각적인 북―미 수교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지만 양국관계 정상화의 물결을 되돌릴 수 없도록 만드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들이 공동성명에서 주목하는 것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북한이 대내외에 미국과의 적대 관계 청산을 공표한 점. 이는 북한의 ‘주적(主敵)’ 개념의 변화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특히 정전협정을 평화보장체제로 바꾸는 방도 중 하나로 그동안 소극적이던 4자회담을 직접 거론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그동안 4자회담은 주한미군 철수와 북―미간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하는 북한의 태도 때문에 성과를 내지 못했던 만큼 앞으로 이 회담의 활발한 가동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둘째는 북한이 남북간의 ‘안보대화’를 인정했다는 점. 이는 지난달 열린 제1차 국방장관회담에서 한반도의 긴장완화 등에 대한 논의에 소극적이었던 북한이 ‘미국과 잘 지내려면 남한과도 잘 지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해석했다.

즉 북한이 자신의 체제 보장을 위한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해 온 종래의 주장을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안보대화도 남북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큰 흐름은 인정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었다.

한편 정부는 북한이 앞으로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빠지면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국제금융기구의 대북 차관 제공이 용이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북―미간 연락사무소가 개설되면 서울과 평양에도 비슷한 수준의 공관이 들어설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갖고 있던 정부 관계자들은 이런 실질적 조치가 실현되지 않자 “아직도 평양 시내에 성조기가 펄럭이는 것은 시기상조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에서 계속 체제보장을 확보하려 할 때 북―미 남북 한미관계 사이에 미묘한 갈등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정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