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자는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방북 준비 등을 위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은 수주일 내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는 그동안 미국측에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과의 직접 대화를 권유해왔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미국 대통령의 방북이 즉각적인 북―미 수교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지만 양국관계 정상화의 물결을 되돌릴 수 없도록 만드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들이 공동성명에서 주목하는 것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북한이 대내외에 미국과의 적대 관계 청산을 공표한 점. 이는 북한의 ‘주적(主敵)’ 개념의 변화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특히 정전협정을 평화보장체제로 바꾸는 방도 중 하나로 그동안 소극적이던 4자회담을 직접 거론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그동안 4자회담은 주한미군 철수와 북―미간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하는 북한의 태도 때문에 성과를 내지 못했던 만큼 앞으로 이 회담의 활발한 가동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둘째는 북한이 남북간의 ‘안보대화’를 인정했다는 점. 이는 지난달 열린 제1차 국방장관회담에서 한반도의 긴장완화 등에 대한 논의에 소극적이었던 북한이 ‘미국과 잘 지내려면 남한과도 잘 지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해석했다.
즉 북한이 자신의 체제 보장을 위한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해 온 종래의 주장을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안보대화도 남북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큰 흐름은 인정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었다.
한편 정부는 북한이 앞으로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빠지면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국제금융기구의 대북 차관 제공이 용이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북―미간 연락사무소가 개설되면 서울과 평양에도 비슷한 수준의 공관이 들어설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갖고 있던 정부 관계자들은 이런 실질적 조치가 실현되지 않자 “아직도 평양 시내에 성조기가 펄럭이는 것은 시기상조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에서 계속 체제보장을 확보하려 할 때 북―미 남북 한미관계 사이에 미묘한 갈등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정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