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大 故박종철씨에 명예졸업장 수여

  • 입력 2000년 10월 17일 01시 15분


북한의 김일성종합대학이 87년 당시 서울대 언어학과 3학년 재학 중 민주화 운동과정에서 고문으로 사망한 박종철씨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노동당 창건 55돌 행사를 참관하기 위해 방북했던 박군의 아버지 박정기씨(70·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회장)는 16일 기자들에게 “북한을 떠나기 전날인 13일 밤 김영성 북한 민족화해협의회 부위원장이 숙소인 평양시 봉화초대소로 찾아와 종철이의 명예졸업장을 낭독하고 전달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졸업장은 종철이의 졸업연도인 89년경 만들어졌다고 전해들었으며 ‘김일성대 언어학부’를 졸업한 것으로 표시돼 있었다”면서 “민주화투쟁 과정에 희생된 사람이 종철이뿐이 아닌데 졸업장을 받아오는 게 미안해 서울로 가져오진 않고 돌려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일성대는 종철이가 숨진 87년 당시부터 강의실에 종철이 책상과 의자를 마련했다”며 “대학에서는 ‘박종철’ 하고 출석을 부르면 대리로 답변하는 학생까지 두고 종철이를 추모해 왔다는 말을 북측 수행원이 전했다”고 밝혔다. 한편 그는 “김일성대는 북한의 최고 대학으로 알고 있는데 같은 민족의 동포애로 종철이의 죽음을 애도하고 추모해서 고마웠다”며 “다른 민주열사들의 명예졸업장도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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