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EM/정상들의 스타일]블레어 총리 '베스트 드레서'

  • 입력 2000년 10월 21일 19시 08분


제3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참석한 26개국 정상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 속에서도 각기 독특한 외교스타일을 선보였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1, 2차 회의 때에 비해 참가국 정상들의 인간적 면모가 더욱 부각됐다는 게 정부관계자들의 평가. 서울 ASEM에서 화제를 뿌린 정상들을 유형별로 살펴본다.

▽문화 체험형〓압두라만 와히드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21일 폐회식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악수하며 “청와대 만찬과 폐회식 때 연주된 국악 음반을 보내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와히드 대통령은 “선율이 너무 아름답다”며 한국 전통음악을 극찬.

20일 창덕궁 전통혼례식 관람 때 한복의 아름다움에 경탄을 아끼지 않았던 와히드 대통령 부인 신타 여사는 휠체어를 탄 불편한 몸임에도 불구하고 이태원에 한복쇼핑을 나가 대사관관계자들을 긴장시켰다. 예란 페르손 스웨덴 총리 부인 아니카 여사는 창덕궁 관람 때 궁궐과 정원을 자세히 둘러보겠다며 일행과 떨어진 채 혼자 걸어다녀 의전 관계자들이 크게 당황.

▽좌중 주도형〓‘정열과 카리스마의 정치인’으로 통하는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서울에서도 그 면모를 과시. 개회식 입장 때 조용히 자기 순서를 기다리던 다른 국가 정상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악수를 청했던 시라크 대통령은 20일 오찬 때도 “바깥에도 태양이 떠 있지만 내 마음에도 태양이 떠있다”며 김대통령의 노벨상 수상 축하 건배를 제의.

▽패션리더형〓마지막 순간까지 참석여부가 불투명했던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말끔하고 환한 모습으로 공항에 도착. 각종 행사 때마다 감색과 회색 싱글버튼 정장 등을 ‘모델처럼’ 바꿔 입은 블레어 총리의 패션감각은 참가국 정상 중 단연 돋보였다는 평.

▽자유분방형〓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은 이번 방한 때 자신의 전용기인 ‘에어300’을 직접 몰고 나타나 화제. 배드민턴 애호가이기도 한 볼키아 국왕은 박주봉 전 배드민턴 국가대표와 연습경기를 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 대사관과 외교부 관계자들이 한때 박선수를 수소문하느라 진땀을 빼기도. 줄리아노 아마토 이탈리아 총리는 개회식 때 자신과 함께 청사초롱을 들고 입장한 화동이 귀엽다며 두 뺨에 키스세례를 퍼붓기도.

▽건강 관심형〓경호원들을 가장 긴장하게 만든 정상은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에 머문 슈뢰더 총리는 건강에 좋다며 코엑스 회의장까지 차를 타지 않고 계속 도보로 이동. 슈뢰더 총리의 경호를 맡은 한 관계자는 “다른 정상들의 경호원보다 업무가 배 이상 많은 느낌이었다”고 실토.

▽업무 골몰형〓주룽지(朱鎔基)중국 총리는 5박6일의 가장 긴 방한일정을 보내면서 공식행사 참석은 물론 한국기업 관계자와의 면담 등으로 잠시도 쉬지 않았다. 정상부인 중에서는 론 둡케이야 덴마크총리 부인이 가장 바쁜 일정을 보냈다. 그는 도착하자마자 판문점으로 직행, 점심도 거른 채 1시간여 동안 남북분단의 현장을 지켜봤고 현직 유럽의회 의원답게 한국의 정치인 및 관료들과도 연쇄 회동하느라 남편보다 더 바쁜 일정을 보냈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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