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도쿄(東京) 아라카와(荒川) 강변운동장에서 열린 ‘남북 재일 학생 축전 2000―평화통일기원 한마당’에는 국적을 달리한 한국계 학생 45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국적을 따지지 않고 8개팀으로 나뉘어 축구(남자) 피구(여자) 줄다리기 이어달리기 등 4개 종목에 참가했다. ‘한반도기’가 나부끼는 가운데 한강 대동강 백두산 한라산 압록강 지리산 등 이름의 팀 별로 목청껏 응원전도 벌어졌다. 조총련계 정미혜(鄭美惠)씨는 “동포 대학생이 한자리에 모인 사실이 너무나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경기 후 학생들은 남북정상회담과 시드니 올림픽 남북선수단 동시 입장 등 장면이 담긴 비디오를 시청했다. 이어 진로소주와 평양소주를 섞은 ‘통일주’로 건배를 하고 ‘우리의 소원’을 합창하며 우의를 다졌다. 학생들은 “우리는 통일된 조국의 주인임을 자각하고 앞으로 더욱 긴밀한 연계와 협력을 한다”는 등 3개항의 공동성명문을 채택했다. 이날 경비는 민단과 조총련계 재일 동포 기업이 지원했다.
이번 행사는 재일 한국유학생 연합회(회장 전희탁·全熹卓 호세이대 경영학과)와 재일 조선유학생동맹(조총련계 대학생 모임)이 6월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학생간 벽을 허물자는 뜻에서 마련했다. 두 단체의 간부들은 서너 차례 예비모임을 갖고 ‘실행위원회’를 구성해 행사 내용 등을 협의해 왔다. 남북한 대학생이 공식적으로 모여 이런 행사를 갖는 것은 처음. 옌볜(延邊)조선족 자치주 출신 유학생 등 조선족 유학생 40여명이 참가해 3국 모임이 됐다.
개회식에서 전회장은 “이 모임을 계기로 이데올로기를 넘어선 학생 교류가 시작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선유학생동맹 박영치(朴榮致)부위원장은 “양쪽의 유학생회가 생긴 지 수십년이 됐지만 처음 이런 모임이 실현된 것은 역사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중국 조선족 윤광진(尹光震)씨도 “남북 학생 모임에 우리를 초청해 줘 고맙다”며 “앞으로 자주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