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ASEM의 성과와 향후 과제=제1, 2차 ASEM에서는 특정지역의 정치적 문제를 다룬 별도의 문서를 만든 적이 없다. 그러나 서울 ASEM에서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ASEM 차원의 국제적 협력을 담은 '서울선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이를 "유럽국가들도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자신들의 문제로 받아들였음을 뜻한다"고 평가했다.
서울 ASEM은 한반도문제를 푸는데는 큰 역할을 했지만 ASEM에 내재된 '고민'을 해결하는데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ASEM이 진정한 지역간 협력체로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아시아지역내의 조정·통합 메카니즘이 여전히 미약했다. ASEM 개회 전날인 19일 아시아지역 정상들이 모여 사전협의 성격의 별도회의를 연 것이 조정 메카니즘의 전부였는데 이는 유럽연합(EU)의 틀 안에서 공동입장을 정리하고 나온 유럽과 대조를 이뤘다.
ASEM의 확장을 위한 신규가입 문제도 쉽게 풀기 어려운 과제.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도 ASEM 가입을 희망하고 있지만 유럽국가들이 정치 경제적 이유로 이를 반대하고 있어 다음 ASEM에서도 난항이 예상된다.
▽ASEM속의 한국=서울 ASEM은 한국이 두 지역간 협력의 중심에 설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정의용(鄭義溶)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은 "이번에 채택된 '유라시아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사업이나 '디지털 디바이드(정보격차) 해소' 사업 등을 통해 한국은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역할을 맡게 됐다" 고 자부했다.
정부는 정보격차가 빈부심화로 이어진다는 인식 아래 우리의 정보통신기술을 개발도상국에 제공하는 방안도 강구중이다.
두 지역간에 가장 민감한 쟁점인 인권과 민주주의 문제에 대해서도 민주화운동을 통해 이를 극복해온 한국이 효과적인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정부 당국자들은 기대했다.
▽ASEM에 대한 인식=정상들은 회원국 국민들이 ASEM의 성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김대통령이 말했다.
추안 리크파이 태국 총리는 "아시아와 유럽간 협력의 중요성이 너무 알려지지 않았다"고 안타까워 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수천명의 젊은이가 두 지역을 교환방문하게 되는 ASEM 장학사업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ASEM 관계자는 "ASEM에서 추진하는 모든 사업자금은 결국 각국민의 세금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회원국 국민들이 장기적으로 '삶의 질' 향상을 위해 ASEM이 필요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숙제" 라고 말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