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라디오 생방송 출연 "지역감정은 DJ가 만든것"

  • 입력 2000년 10월 23일 09시 56분


김영삼(金泳三·YS)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퇴임후 처음으로 생방송으로 진행된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그러나 그는 이날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에 대한 '좌충우돌식 독설'과 비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또 차기 대선과 관련, "용기와 능력, 의리가 기준이 되겠지만, 아직 시간이 있으므로 내년에 가서 밝히겠다"며 차기 대선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히겠다는 의사를 재차 분명히 했다.

YS는 먼저 '민주산악회 재건 및 최근 일련의 발언과 행보를 정치참여로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것이 정치참여라고 한다면 (그렇다고) 할 수 있으나 나는 정당을 만들거나 총재를 할 생각은 없다"고 받아 넘겼다.

그는 또 '지역감정을 정치에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선 "그건 김대중씨가 만든 것"이라며 "김대중씨는 경상도 사람을 싹쓸이하고 전라도 사람을 갖다 놨지만 나는 김태정(金泰政) 검찰총장과 총리 2명 등을 전라도 출신으로 시키지않았느냐"며 김 대통령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YS는 또 한나라당 이 총재에 대해 "나와 상의도 없이 (나에 대해) 탈당하라고하고 내 욕을 도하 신문 광고에 냈다"면서 "이는 배은망덕이고, 인간이 아니다"라고 상식이하의 용어를 써가며 비난했다.

김 전 대통령은 심지어 "그는 능력도 없고 지도력도 없다"고 주장하고 "야당에는 반대 목소리가 있어야 하나, 지도력이 없으니까 모든 반대파를 다 내쫓고 모두 내사람, 집안사람을 갖다 놓았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김 전 대통령은 민주당 이인제 최고위원에 대해 호평한 '월간중앙' 11월호 인터뷰와 관련, "내가 어찌 한다는 것이 아니라 (이 최고위원이) 그 당에서 그런입장에 있다는 말"이라며 "과거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그 사람을 대통령으로 지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두 차례나 강조했다.

이처럼 이날 YS가 원색적인 용어를 구사하며 이 총재를 비난한데 대해 한나라당지도부는 어이없다는 표정속에서도 공식적인 대응을 삼갔다.

이 총재는 오전 총재단회의에서 YS의 발언을 보고받고 "이제는 이런 말까지 하시는구나"라며 웃어 넘겼다고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이 전했다. 또 전날 김 전 대통령에게 "원로의 위치를 지키라"고 고언을 했던 이부영(李富榮) 부총재도 "이젠 그만해야지"라며 눈살을 찌푸렸다.

총재단 회의에서 부총재들은 "늘 하는 말을 YS가 자꾸 하는데 그때마다 대응하면 뉴스만 커진다"며 무대응 방침을 정했다.

[서울 = 연합뉴스 최이락기자]choina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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