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 파트너는 조명록…김정일 신임업고 '파격 임무'

  • 입력 2000년 10월 24일 18시 57분


북한의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자 인민군 총정치국장인 조명록(趙明祿) 차수(次帥). 이달 초 군복을 입고 백악관을 방문해 빌 클린턴 대통령과 회담,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그가 북한을 방문중인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주요 파트너 역할을 하고 있다.

조 부위원장은 24일 올브라이트 장관과 오찬 회담을 가졌다. 이에 반해 김영남(金永南)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백남순(白南淳) 외무상은 이날 오전 올브라이트 장관과 잠깐 의례적인 면담을 가진 데 불과했다.

조 부위원장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올브라이트 장관이 전격 회동하는 바람에 대부분의 일정이 취소된 23일에도 올브라이트 장관을 만났다.

그는 금수산궁전에서 올브라이트 장관과 20분간 환담한 뒤 15분간 김일성(金日成) 주석의 유해가 안치된 기념관에 안내했다. 이날 김 국방위원장 주최 만찬에서 김 위원장 대신 만찬사를 읽은 것도 조부위원장이었다.

외교관례에 따르면 올브라이트 장관의 카운터파트는 백 외무상이다. 이런 외교관례를 뛰어넘어 조부위원장이 올브라이트 장관의 카운터파트로 나선 것은 그에 대한 김 국방위원장의 신임을 반영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 그가 군인의 신분으로 대미 특사로 파견될 때부터 외신들은 김위원장의 ‘오른 팔’이란 표현을 썼다.

김위원장이 군부 최고 실세인 그를 대미 관계의 전면에 내세운 것은 북―미 관계의 기본 성격을 군사 관계로 규정하고 있다는 뜻도 된다. 실제로 연락사무소 또는 외교대표부 설치라는 외교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미사일과 핵 문제, 테러지원국 해제 등 북한과 미국의 현안은 대부분 군사문제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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