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북측의 태도는 종잡을 수가 없다. 제3차 남북 장관급회담(제주)에서 합의된 사항의 이행을 연기하자고 했다가 사전 설명 한마디 없이 재개하자고 함으로써 남측을 당황케 하고 있다.
▼"대남사업 다시 여력" 분석▼
더욱이 장재언(張在彦) 조선적십자회 위원장이 이날 이산가족 교환방문단 명단을 교환하자면서 보내 온 전통문을 보면 ‘제의’라기보다는 거의 일방적 ‘통보’에 가깝다.
전통문은 “나는 오는 11월30일부터 12월2일 사이에 진행하게 되는 이산가족 교환방문…” 으로 돼 있어 남측과 사전 협의 없이 일정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아무리 남북관계라고는 해도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외교적 결례’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북한은 왜 이처럼 왔다갔다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10월에 집중된 △노동당 창건 55주년 행사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무장관과 츠하오톈(遲浩田) 중국국방부장의 방문 등 대내외 행사가 일단락돼 북측이 다시 대남관계에 신경을 쓸 수 있는 여력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남측 여론 의식" 지적도▼
이들은 또 “6·15 남북 공동선언은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직접 챙기는 사업”이라고 말하고 “공동선언 이후 남북간 합의사항들이 잇따라 지연되면서 북측의 공동선언 이행 의지에 대한 남측의 비판적 여론을 의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남측에선 ‘북한이 남북관계 진전 속도를 당분간 늦춰달라’고 했다는 박재규(朴在圭)통일부장관의 발언이 있고 난 후 북한의 의도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던 게 사실.
북측이 이산가족 교환방문과 남북경협 실무접촉 재개 의사를 밝혔지만 다른 분야의 대화와 접촉은 여전히 뒤로 밀리고 있다. 10월 중에 교환키로 했던 이산가족 생사확인과 서신교환이 11월말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졌고 12월5일로 예정됐던 제3차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은 물리적으로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정부 "통크게 받아들일것"▼
정부관계자는 그러나 “북측의 이같은 행태가 내부사정으로 인한 ‘숨고르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통크게’ 북측의 제의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