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통일장관 청와대오찬]"남북관계 속도빨라 국민혼란"

  • 입력 2000년 10월 30일 18시 34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30일 낮 전직 통일부장관과 전직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등 통일부문 원로 18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면서 남북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김대통령은 주로 얘기를 듣는 편이었다. 다음은 대화내용 요지.

▽민관식(閔寬植)전 부의장〓남북관계가 잘되고 있으나 경제 때문에 시민들이 불안해한다. 경제문제에 전력해 민심을 수습하는 것이 통일의 첩경이 아닌가 생각된다.

▽손재식(孫在植)전장관〓지금은 통일 논의에 앞서 평화문제가 논의돼야 하는데 이것이 함께 논의되기 때문에 국민이 혼란을 느끼고 갈등이 있는 것 같다. 또 남북관계보다 북미관계가 우선한다는 우려가 있다.

▽홍성철(洪性澈)전장관〓생각지도 못한 일이 전개되고 있어 놀랍다. 이산가족 문제의 진전에 특히 감사드린다. 면회소 설치가 빨리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김덕(金悳)전장관〓지금 남북관계는 고언보다는 덕담이 많이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다. 속도조절론이 있는데 이는 북한 때문에 자동조절될 것이므로 우려할 필요가 없다. 남북관계가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생각에 따라 추진된다는 견해가 있는데 찬성하지 않는다. 신축적인 상호주의에 대해서도 이해가 된다.

▽권오기(權五琦)전장관〓앞으로의 통일국가는 어떤 것인지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좋다. 통일 논의에서 보면 각론 부분이 약한 것 같다.

▽이세기(李世基)전장관〓북한체제에 대한 국민적 불신 때문에 우려가 있는 것 같다. 국민과 더불어 간다는 입장에서 속도를 조절했으면 좋겠다. 국민투표는 무슨 뜻인가.

▽허문도(許文道)전장관〓북―미관계를 정부가 지지한다고 했는데, 그 종착역이 결국 미국이 중립으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있다.

▽한완상(韓完相)전장관〓북한을 두 번 방문했는데, 북한이 우리가 한국에 돌아가서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금수산궁전 방문을 스스로 막는 등 변하고 있었다. 속도조절, 퍼주기, 끌려다니기 주장 등 냉전적 논자들의 비판은 적절치 않다.

▽박동진(朴東鎭)전장관〓50년 이상의 대결관계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서행이 바람직하다. 김정일위원장이 혼자 다 결정해 쉽게 변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우리가 어떻게 믿겠느냐.

▽이규호(李奎浩)전장관〓서두르지 말 것, 민주주의 신념을 양보하지 말 것, 모든 것을 대화로 해결할 것 등 세 가지가 중요한 것 같다.

▽김대통령〓통일은 빨리 한다면 오히려 재난이 될 수 있다. 상호주의도 주장하지만, 교류하면 양쪽 다 이익이 된다. 국민투표는 통일방안 얘기를 하다가 필요하게 되면 헌법에 하게 돼 있기 때문에 일반론을 얘기했던 것이다. 미국은 절대 중립화하지 않을 것이다.

<최영묵기자>y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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