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게 이렇군요]자민련 "공조냐 홀로서기냐…"

  • 입력 2000년 11월 21일 18시 41분


검찰수뇌부 탄핵소추안 처리과정에서 자민련 의원들의 ‘반란’에 당황한 민주당이 새삼 자민련과의 공조 강화를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자민련은 민주당측의 구애(求愛)에 내심 반가워하면서도 복잡한 내부 속사정 탓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고민하고 있다.

▽‘미우나 고우나 자민련밖엔’〓21일 민주당 최고위원간담회에서는 향후 정국운영의 큰 틀은 자민련과의 공조를 기본으로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다시 정리했다.

민주당이 이른바 ‘상생(相生)의 정치’를 통해 한나라당과의 국정공조를 시도했으나 결국 ‘불가능한 희망사항’이었음이 드러난 이상 자민련을 붙잡는 게 유일한 방안이라는 인식에 따른 것.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듯 이날 간담회에서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에 대해 “기본적으로 애국심이 의심간다” “정치파트너로서 문제가 많다”는 등의 성토가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자민련과의 공조강화를 위한 뾰족한 방안이 없다는 게 민주당측의 고민이다. 당장 자민련의 숙원인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해주는 일도, ‘DJP 회동’을 통해 공식적인 공조복원 계기를 마련하는 것도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자민련 사람들은 ‘민주당은 집권여당이라고 등 따습고 배부른데 우리는 찬밥신세 아니냐’는 박탈감에 빠져있는 게 사실”이라며 “자민련에 뭔가 줄게 있어야 할텐데…”라고 걱정했다.

▽‘말로만 공조하자는 거냐’〓요즘 자민련에선 민주당과의 공조얘기를 꺼내면 ‘역적’으로 몰릴 듯한 분위기다. 당지도부로선 ‘느슨한 공조관계’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지만 당 저변에는 “공조 운운하다간 망한다”는 기류가 강하게 흐르고 있다.

특히 이번 탄핵안 처리과정에서 ‘내부반란’ 등으로 JP의 당 장악력에 적신호가 켜졌음이 확인되면서 상황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차제에 근본적인 당노선 재정립이 시급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누구도 자신 있는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 고위당직자는 “독자노선이니 시시비비니 주장하면서 한번은 민주당, 한번은 한나라당 편들어주는 식이 되다보면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정당으로 낙인찍히고 말 것”이라며 노선정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소속의원들의 태도를 보더라도 다분히 이중적인 게 사실이다. “민주당이 우당(友黨) 대접을 해줘야 할 것 아니냐”는 얘기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 재선의원은 “지난번 개각 때 우리당 의원 3명만 입각시켰다면 이런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철희·전승훈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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