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군수 항소심 무죄…법원 "검찰수사에 문제"

  • 입력 2000년 11월 22일 00시 54분


법원이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한 군수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이례적으로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해 주목된다.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양동관·梁東冠부장판사)는 21일 도시개발계획 정보를 알려주는 대가로 토지 브로커에게서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이 선고된 경기 광주군수 박종진(朴鍾振·66)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된 토지브로커 오모씨(41)에 대해서는 박군수를 제외한 다른 공무원 2명에게 뇌물을 준 혐의(특가법상 뇌물공여죄)만 인정해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씨에게 뇌물을 줬다는 오씨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는 데다 진술경위 등에도 의심스러운 점이 있어 혐의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검찰이 이 사건과 관련, 진술을 받아내기 위해 오씨를 특별대우한 흔적이 있다”며 구체적으로 △오씨가 5억원대 사기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검찰로부터 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고 박군수에게 뇌물을 줬다고 진술한 점 △오씨의 사기혐의에 대해 고검이 재수사를 명령했는데도 검찰이 ‘오씨의 보석신청을 받아들여 석방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서를 법원에 낸 점 등을 들었다. 또한 재판부는 “이런 사실로 볼 때 오씨가 검찰과 밀착했거나 검찰에 의해 진술을 유도당한 흔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군수는 96년 6월 오씨에게 ‘광주읍 역리 일대가 자연녹지에서 주거지역으로 변경된다’는 개발정보를 알려주고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기소됐다. 그는 그 뒤 신병을 이유로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났으며 1심에서는 징역 5년 및 추징금 5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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