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게 이렇군요]김덕룡 '중임제 개헌' 속뜻은?

  • 입력 2000년 11월 23일 18시 31분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 의원은 23일 “대통령의 당적 이탈과 4년 중임제 정부통령제 개헌을 통해 자연스럽게 정계개편이 이루어지면 이제까지의 지역대결이 아니라 정책대결의 건강한 정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군산대 초청 특강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사심(私心)을 버리고 과감하게 정치개혁을 추진한다면 지역감정 해소를 바라는 야당 내 개혁세력도 동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 “김대중 정권은 숫자노름의 정치를 포기하고 공동정권이라는 이름 아래 덜미를 잡고 있는 자민련과의 관계를 청산한 뒤 역사와 국민을 상대로 개혁정치를 펴야 한다”고 말하고 남북문제에 대해서는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총재가 주장한 전략적 상호주의는 현실성이 없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민주당은 공식반응은 삼갔으나 반기는 기색이 역력했다. 검찰수뇌부 탄핵안 처리 무산으로 궁지에 몰린 차에 뜻밖의 원군을 만난 듯했다.

한 당직자는 “자민련과의 관계청산이나 김 대통령의 당적 이탈, 대통령중임제 개헌 등이 실현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면서도 “발언내용 자체에는 공감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오래 전부터 정치권 일각에서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개혁세력연대 구상이 거론돼 왔다는 점에서 이를 계기로 정계개편 움직임이 가시화되길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반면 한나라당은 “개인의견일 뿐”이라며 공식논평을 내지 않았다. 그러나 이 총재측은 “대여 투쟁 중에 내부분열 양상을 보이는 행위”라며 불쾌한 반응을 감추지 않았다.

한나라당 내 개혁세력의 반응은 다소 달랐다. 정병국(鄭柄國) 의원은 “대통령의 당적 이탈과 대통령 중임제 개헌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김원웅(金元雄) 의원은 “김용갑(金容甲) 의원의 ‘노동당 2중대’ 발언을 계기로 지역주의와 수구세력의 결합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소장파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김덕룡의원의 발언은 이런 기류를 이 총재에게 인식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영찬·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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