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해 통일부 관계자는 30일 “북측 연락관의 말을 빌려 표현하면 1차 탈락자들이 탈락 직후부터 워낙 집요하게 2차 상봉 때 이산가족 상봉단에 포함시켜 줄 것을 요청해 와 북측으로서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측 표현대로라면 1차 탈락자들의 ‘민원’을 거절하기 어려웠다는 뜻이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듯 1차 탈락자 중 2차 상봉자 명단에 든 사람에는 △하재경 김책공대강좌장 △김영황 김일성종합대교수 △김봉회 한덕수 평양경공업대학 강좌장 등 북한에서 ‘힘깨나 쓰는’ 저명한 학자가 많았다.
홍응표 평양시 직물도매소 지배인, 노승득 자강도 임업연합기업소 자재상사 사장과 같이 ‘당성’이 좋은 사람들도 북한당국을 졸라 ‘남한행’ 티켓을 얻을 수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당성을 입증이라도 하듯 장충식(張忠植)대한적십자사 총재의 월간지 인터뷰기사 파문이 일자 북한의 관영매체를 통해 장총재에 대해 강도 높은 비난을 하기도 했다.
1차 대상자 중 2차 상봉자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북측에서 상봉 가능한 이산가족의 절대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북측이 1, 2차 때 생사를 확인한 이산가족은 300명인데 그중 상봉가능한 사람은 259명에 불과하다. 2차 상봉이 끝나면 대상자가 59명 밖에 남지 않는 것. 이같은 분위기 탓에 시기를 정해 정해진 수의 이산가족이 서울과 평양을 오가는 ‘이벤트’성 이산가족 상봉은 3차로 끝날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서대숙(徐大肅)경남대 북한문제연구소 소장은 “월북자에 비해 월남자의 수가 절대다수인 상황에서 남북이 같은 수의 이산가족교환을 계속하는 것은 무리”라며 “항구적인 이산가족상봉소를 만들어 상봉을 상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