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기념관을 반대하는 사람들…“화해하려면 DJ 혼자 하라”

  • 입력 2000년 12월 1일 18시 39분


[신동아 12월호 조성식기자 mairso2@donga.com]

‘박정희 기념관’건립 반대운동이 뜨겁다. 지난 9월 학계 언론계 노동계 문화계 등 각계 247개 단체의 ‘박정희 기념관 반대 국민연대’ 결성으로 기세를 떨친 이 운동은 최근 서울 문래동의 문래공원에서 벌어진 박정희 전대통령(이하 박정희) 흉상 철거 사건으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국민연대는 이 사건을 계기로 기념관 반대운동을 범국민 차원으로 확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들은 왜 '박정희 기념관'에 이토록 강하게 반발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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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의 박정희 기념관 건립사업 추진은 1997년 당시 김대중 후보의 ‘대선 공약’에서 비롯된 것이다.그후 지난해 7월26일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회’가 창립총회를 갖고 정식으로 출범했다.

정부는 박정희 기념관 건립비(100억원)와 기념사업회 운영비(5억원) 등 모두 105억원을 2000년 예산에 책정했다.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박정희 기념관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해가 바뀐 후 잠잠하던 박정희 기념관 논란이 불거진 것은 7월20일 이후. 전날 정부가 2002년 월드컵이 열리는 서울 상암동에 5000∼7000평의 박정희 기념관을 짓기로 확정한 것이 촉발제가 됐다.

마침내 9월28일엔 ‘박정희 기념관 반대 국민연대’(이하 국민연대)가 탄생하였다. 국민연대는 박정희 사망 21주기인 10월26일 오전 덕수궁 앞에서 회원 5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기념관 건립에 반대하는 항의집회를 열었다.

11월5일 민족문제연구소를 비롯한 4개 단체 회원들이 서울 문래동에 있는 박정희 기념탑에서 흉상을 끌어내린 것은 박정희 기념관 반대운동의 첫 ‘실력행사’였다.

박정희 기념관 건립에 대한 논란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박정희에 대한 평가, 곧 박정희의 공과에 대한 시시비비다. 반대론자들은 대체로 박정희는 기념관을 세워 기릴 만한 업적이 없으며, 오히려 역사적 과오가 크다고 주장한다.

논쟁의 또다른 초점은 국고 지원의 타당성 여부. 기념관 자체를 반대하기보다는 국민의 세금으로, 곧 정부 지원으로 기념관을 세우는 데 반대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박정희 찬양론자 또는 추종자들이 사비를 들여 박정희의 고향에 기념관을 세우는 것은 반대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현정부 초대 감사원장을 지낸 한승헌 변호사는 "박정희의 경제성장은 근로자 권익을 짓밟는 등 강압적 요인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며 성장의 질을 문제삼았다. 성공회대 사회학과 조희연 교수(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피해자가 엄존한 상태에서 충분한 국민적 합의 없이 독재자의 기념관을 짓는 것은 국론 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는 뜨거운 감자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 그런지 드러내놓고 박정희 기념관 건립을 반대하는 의원은 손에 꼽을 정도다. 한나라당 박종웅 의원(47), 민주당 심재권 의원(54) 등이 두드러 진다.

박정희 기념관의 국고 지원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거의 한 목소리로 내놓는 대안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기념관 건립은 추종자나 지지세력에 맡기고 정부는 지원하지 말 것. 둘째, 굳이 정부가 지원하려면 역대 대통령 모두를 대상으로 한 자료전시관, 또는 기념도서관을 지을 것. 아울러 그 장소로는 전직 대통령들의 고향이 적당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김대중 대통령이 박정희 기념관 건립 명분으로 내세운 ‘화해(지역화합, 민족화합)’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한다. 빈약한 역사의식이 빚은 정략적 발상이라는 것이다. 또한 화해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박용운 교수는 “대통령이 명분으로 내세운 화합이 오히려 국론을 분열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조희연 교수는 “정치적 효과 없는 정략”으로 평가하면서 “진정 동서화합을 원한다면 기념관을 지을 것이 아니라 탈지역주의 정치구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연대의 상임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희연 교수는 국민연대의 향후 활동계획에 대해 “무엇보다도 100억원의 추가예산 편성을 막기 위해 기념관 반대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펼치겠다. 그래도 강행한다면 건물 착공을 저지하기 위한 고강도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과연 훗날 역사는 박정희를 어떻게 평가하고 기념관 반대운동을 어떻게 평가할까.

[요약=정태경/동아닷컴기자]festival@donga.com

☞ 인터뷰 신현확 박정희기념사업회장
      이필상 고려대 경영대학장
      김용삼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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