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적절하지 못한 공작이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었으나, 직접 방해하는 경우는 없었다. 그런데 김대중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부터 이들의 노력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행동이 정부의 통일정책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한 국정원이 제약을 가하기 시작했다는 것.
비밀리에 대북정책 비판 논문 북한에 보내
소식통에 따르면 얼마 전 김덕홍씨는 북한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중국 거주인에게 북한 민주화 공작을 맡기려고 그를 한국으로 불러들였다. 그런데 김포공항에 내리는 즉시 국정원 직원들이 그 사람을 붙잡아 즉시 출국 조치하는 바람에 두 사람은 상당히 서운해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두 사람은 탈북자동지회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민족통일’을 통해 현 정부의 민족주의에 의거한 대화식 통일론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탈북자동지회는 국정원이 지원하는 단체다. 국정원의 지원으로 만든 잡지를 통해 현 정부를 비판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이들은 다른 방법을 모색했다. 개인 돈을 들여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논문을 제작키로 한 것.
이를 위해 황씨는 ‘자유민주주의의 승리를 위하여’라는 제목의 논문을 작성해, 지난 9월 한 인쇄소에서 비밀리에 인쇄를 마쳤다. 국정원의 오해를 피하기 위해 ‘탈북자동지회 대내 교양자료’라는 타이틀을 붙인 이 논문을 두 사람은 비밀리에 북한에 집어넣었고, 국내 배포도 고려했다고 한다. 그러던 차에 일본의 산케이신문이 이 논문을 입수해 보도하자, 즉각 국정원이 두 사람에게 제재를 가해 왔다. 11월21일 두 사람이 언론자유를 보장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자, 국정원은 즉각 두 사람을 통일정책연구소에서 해임하고 국정원 내 안가를 떠나라고 명령했다.
이들에 관한 문제는 즉각 정치쟁점화됐다. 그러나 두 사람은 “여야 정쟁에 말려들고 싶지 않다”며 야당측의 유혹을 차단했다. 김덕홍씨는 국정원에 “황명예회장은 이념을 만들기 때문에 계속 국정원의 안가에서 보호받아야 한다. 그러나 나는 자유롭게 활동해야 하므로 국정원 내 안가를 나와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해 이를 관철시켰다. 한바탕 파문을 일으킨 이들이 앞으로 어떤 활동을 벌일지 주목된다.
<이정훈/신동아 기자>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