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최고위원 회의결과]‘흉흉한 民心’ 전달

  • 입력 2000년 12월 3일 19시 26분


2일 저녁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민주당 최고위원들의 회의는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할 정도로 심각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에 앞서 서영훈(徐英勳)대표가 김대통령과 30여분간 단독으로 만나 자신의 당정쇄신 구상을 밝히고 “그 과정에서 대통령께 짐이 되고 싶지 않다”는 얘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발언 충격적”▼

오후 6시반부터 9시20분까지 계속된 만찬을 겸한 회의에서 몇몇 최고위원은 “한 말씀 드리겠다”고 운을 뗀 뒤 거침없이 여론을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대통령과 여권에 대한 흉흉한 민심의 흐름을 세세하게 전했다는 것. 일부 최고위원의 발언은 외부에 발설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충격적이었다’고 여권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김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강원도 시찰과 경제문제 얘기를 한 뒤 최고위원을 한 명씩 거명하며 발언을 유도했다.

최고위원들은 자신의 관심분야와 문제의식에 따라 다양한 발언을 했지만 여권의 총체적 쇄신과 관련해서는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한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몇명 바꾼다고 될일 아니다”▼

또 “사람 몇을 바꾸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며 ‘인물 교체’보다는 ‘시스템의 변화’를 강조했다는 것. 즉, 최고위원들은 국정을 총괄할 수 있는 여권 내 ‘컨트롤 타워’의 부재를 지적하면서 힘을 하나로 모아 여권의 개혁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작업에 전력해야 한다고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DJ 근본적 변화 시사▼

최고위원들의 발언을 경청하던 김대통령은 “예산안이 회기 내 통과될 수 있도록 힘을 기울여달라”며 “민생법안도 잘 통과시켜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김대통령은 또 “정기국회를 마무리한 뒤 시간제약 없이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장단기 방향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겠다”고 밝혀 ‘대증요법’이 아닌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또 김대통령이 좀더 시간을 갖고 국정쇄신 구상을 하겠다는 뜻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회의가 끝난 뒤 남궁진(南宮鎭)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결론에 도달한 것이 아닌 만큼 발언을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제안을 했고 최고위원들도 별도의 자체 회의를 갖고 회의내용을 함구키로 약속했다.

▼최고위원들 대화내용 함구▼

청와대를 나온 최고위원들은 모두 휴대전화를 끄거나 집에서도 외부전화를 일절 받지 않았다. 한 최고위원은 “이것(회의내용 함구)은 최고위원들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 박병석(朴炳錫)대변인은 “회의에선 모든 문제가 거론됐다”고만 밝혔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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