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사 일각에서는 이미 ‘자진 사퇴’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경위야 어떻든 장총재가 총재로 있는 한 향후 이산가족 상봉사업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만큼 ‘용퇴’해야 한다는 것.
한적의 한 관계자는 “(장총재가) 총재로 선출됐을 때 ‘이산가족사업 수행의 적임자’라는 평을 들었지만 이제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11월초만 하더라도 장총재의 발언(월간 조선 10월호와의 인터뷰)만이 문제가 되는 듯 했으나 이제는 대한적십자사 자체에 대한 신뢰의 위기로까지 문제가 확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물론 북한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누구든 북한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말할 수 있는 법인데 그것을 인도적인 이산가족 상봉에 연계해 문제삼고 나오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것.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장총재로는 이산가족상봉을 다시 추진하기는 어렵게 됐다”면서 “바꿔야만 북한으로 하여금 앞으로 이산가족 상봉사업을 기피할 명분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장총재가 이런 일로 물러나게 되면 “북한이 한적총재의 인사까지 좌우할 정도가 됐느냐”는 비판과 함께 정부의 대북 저자세 논란이 또 한번 재연된다는 것이다.
한적의 박기륜(朴基崙)사무총장은 “총재가 사퇴할 경우 북측이 총재의 거취마저 좌지우지 한다는 여론의 포화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장총재가 개인적인 아픔을 참고 일본에 가지 않았다면 북측이 2차 이산가족상봉에 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관계에 있어서 ‘원칙의 문제’를 들어 장총재의 사퇴에 반대한다는 견해도 많다.
한 북한문제 전문가는 “이번 기회에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을 것이란 확실한 신호를 북측에 보낼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장총재가 이런 식으로 물러나면 앞으로 제2, 제3의 장총재 가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민간단체인 적십자사 총재의 거취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내심 그가 용퇴해주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한 당국자는 “장총재 개인의 의사가 가장 중요한 것 아니냐”면서 “장총재가 공식적으로 사퇴의사를 밝혀오지는 않았지만 사의를 표명하면 말릴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