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장관 업무추진비 의원·언론인·정부기관에 '기름칠'

  • 입력 2000년 12월 8일 16시 23분


"사실 업무추진비를 가장 많이 잡아먹는 부류는 국회의원과 언론인 그리고 정부기관 사람들 아닙니까."

업무추진비를 주로 어디에 쓰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장관을 지낸 국회의원 A씨는 이렇게 답했다. 업무추진비 사용 명세를 들여다보면 A씨의 말에 납득이 간다.

건설교통부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2000년 1월에서 9월까지 건교부 장관의 법인카드 사용(5100여만원) 명세를 조사해 보면 정확하게 위에서 말한 세 부분으로 나뉜다. 유관기관 인사들에게 1600여만원, 국회 관련사항에 1900여만원, 언론인들에게 750여만원 등이 쓰였다.

노동부 장관의 현금 사용 명세를 들여다보면 더 재미있는 부분이 들어 있다. ‘홍보비’라는 명목으로 수백만원씩 지출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인터뷰 시 관계자 격려’라는 명목으로 수십 만원씩 현금으로 지출된 것이 1999년에만 22회에 달한다. 이기호 이상룡 전 장관들은 1640만원의 업무추진비를 이렇게 썼다.

국회 및 국회의원과 관련된 업무추진비 용도를 잘 보여주는 것은 산업자원부에서 제출한 99년 자료다. △국정감사 차량기사 지원비 20만원 △국정감사용 물품구입 28만5000원 △국정감사장 국화 구입비 44만원 등 국감 관련사항이 많다. 국감이 끝날 즈음인 10월26일에 ‘국정감사 관련 소요경비’라는 이름으로 1269만원이 한꺼번에 지출된 점도 이색적이다. ‘통상산업관련 난 증정’이라는 항목으로 668만원이 지출된 것도 눈길을 끈다.

장관들이 해당 상임위 소속 국회의원들이 후원회 등을 할 때 후원금을 내는 것도 일반적인 현상이다. 최하 10만원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어느 부처의 업무추진비 명세에도 국회의원 후원금과 관련한 내용은 눈에 띄지 않는다. 보통 ‘유관기관 업무협의’ 등의 명목으로 숨겨져 지출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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