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장관들의 금일봉-경조사비…타부처 눈치보기

  • 입력 2000년 12월 8일 16시 23분


장관들의 업무추진비를 통해 엿볼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금일봉’이다. 금일봉은 고위인사들이 각종 행사 등에 성금 또는 격려금 명목으로 주는 비밀스런 돈을 일컫는 말이다. 한때 “금일봉이란 말을 없애고 실명화하자”는 말이 있었으나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업무추진비 명세 분석 결과 장관들은 다른 부처가 얼마나 냈는지 사전에 파악해 형평을 맞춰 금일봉을 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올 2월 장관들이 올림픽 선수단 격려차 서울 태릉선수촌을 잇따라 방문했을 때가 좋은 사례다.

이때 각 부처들은 ‘타 부처 위문현황’이라는 자료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국세청장은 500만원, 교육부 장관과 경찰청장은 300만원, 과학기술부-외교통상부-건설교통부 장관은 200만원, 정보통신부 장관은 100만원의 금일봉을 선수촌에 전달했다. 차관급인 국세청장이 500만원을 낸 것이 눈에 띈다.

올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한 각 부처의 위문 활동도 비슷한 경로를 밟았다. 이때 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노동부 해양수산부 등 각 부처는 약속이나 한 듯 100만원의 금일봉을 보훈병원에 위문비로 전달했다. 사전에 서로 얼마 낼지 입을 맞췄기 때문이다.

장관들이 내부 직원들에게 전달하는 금일봉은 대략 50만원 선이나 부처 사정과 장관들 스타일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었다. 해양수산부 이항규 장관은 일부 지방청을 순시하며 ‘직원 사기진작비’ 명목으로 100만원씩 금일봉을 건넸다. 김윤기 건설교통부 장관은 고속철도 건설공사 현장, 김해공항 확장공사 현장, 영암∼강진 도로공사 현장 등을 둘러보며 50만원씩 금일봉으로 전달했다. 반면 나환자촌인 성나자로 마을 방문 때는 200만원의 금일봉을 전달하는 파격도 선보였다. 문용린 전 교육부 장관은 서울 교사 관현악단과 올림픽 선수단 격려 등에 300만원이라는 ‘거금’을 금일봉으로 냈다. 그러나 축구 친선경기 격려, 한국마약퇴치운동지원, 일본 이공대학 유학자 격려 등에는 50만원을 썼다.

업무추진비는 또 장관들의 경조사비 명세도 잘 보여준다. 실세로 통했던 박지원 전 문화부 장관은 1999년 110회에 걸쳐 2500여만원을 경조사비로 썼다. 한 회 평균 22만원. 2000년에는 54회(921만원)를 지출했다(한 회 평균 17만원). 의외로 비칠 수 있지만 박 전 장관은 해당 대상자가 누구든 20만원 선의 경조사비를 지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해양수산부 장관(김선길 정상천 이항규)의 경우도 1999년에서 2000년 8월까지 75회에 걸쳐 1645만원을 축-부의금으로 썼다. 한 회 평균 22만원 꼴이다. 물론 적게는 3만원에서 최대 70여만원까지 편차는 다양했지만 장관들은 보통 한 회 평균 20여만원을 경조사비로 지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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