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생존자 남한호적 처음으로 되찾아

  • 입력 2000년 12월 8일 18시 27분


남북이산가족 상봉과정에서 생존이 확인된 북한 주민이 분단 후 처음으로 남한의 호적을 되찾았다.

서울가정법원(원장 이융웅·李隆雄)은 8일 남한에 살고 있는 김재환씨(69)가 30여년 전에 사망신고를 했던 동생 재호씨(65)가 살아있음을 확인한 뒤 최근 “동생의 호적을 되살려 달라”며 낸 호적정정신청을 7일 받아들였다.

이 신청을 직접 심사한 이 법원장은 “대한적십자사가 동생 재호씨의 생존 확인서를 보내왔을 뿐만 아니라 김씨가 최근 있었던 2차 이산가족상봉에서 동생을 직접 만나는 등 살아있음이 확인됐다”며 “잘못된 호적을 바로잡는 차원에서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김씨는 7월 대한적십자사로부터 동생 재호씨가 북에 생존해 있다는 사실을 통보받고 호적정정신청을 냈으며 지난달 30일부터 사흘 동안 계속된 제2차 남북이산가족 상봉단으로 서울에 온 동생을 실제로 만났다.

김씨는 “하루 빨리 통일이 이뤄져 동생과 함께 살면서 손자들도 모두 호적에 올릴 날이 왔으면 좋겠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앞으로 이산가족들이 북한에 살아있는 가족을 남한의 호적에 올릴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북한은 우리 영토의 일부분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에 생존사실만 확인된다면 북한에 있는 가족을 남한의 호적에 올릴 수 있는 것.

그러나 이 법원장은 “김씨의 경우는 일단 남한에 등록돼 있던 가족의 호적을 되살린 것일 뿐 현재 북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취적(就籍)문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호적정정신청 역시 남북이산가족 상봉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생존이 확인된 경우가 아니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법조계는 이번 결정에 따라 앞으로 제기될 재산상속 문제와 중혼(重婚)문제 등에 대해서는 “현행법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만큼 별도의 특별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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