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주前외무 정부비판]"잘되지 않을 4자회담 왜 집착하나"

  • 입력 2000년 12월 8일 18시 35분


한승주(韓昇洲·고려대 교수·사진) 전 외무부장관이 최근 정부의 4자회담 재개 추진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 전장관은 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서울대 정치 외교학과 동창회 초청 조찬강연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이하 (정부가) 4자회담에 왜 그렇게 연연하는지 모르겠다”며 “잘 되지 않을 것을 자꾸 하겠다고 했다가 체면을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대선과 한반도’라는 주제의 기조강연을 마친 뒤 조지 W 부시 미공화당후보 집권후의 4자회담 전망에 대한 질문을 받고 “빌 클린턴 행정부 때도 어려웠지만 그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 전장관은 “우리 정부와 한반도문제에 공식참여하려는 중국에만 4자회담이 유용할 뿐 미국은 큰 관심이 없으며 북한은 필요없다는 입장”이라며 “4자회담은 과거 남북간 대화가 없을 때 북―미간에만 안보 평화문제가 논의될 것을 우려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4자회담 틀 안에서 남북 주도아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겠다는 정부방침은 단기정책이 아니라 장기비전”이라며 “남북관계가 진전되고 있는 만큼 북측의 태도변화를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한 전장관은 또 “부시행정부가 들어서면 당장 급격한 변화는 없겠지만 점차적으로 (한반도문제 등에) 현실주의적 입장을 보일 것이고 한국과의 의견대립도 대두될 것”이라며 “따라서 한국정부의 행동반경이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부시행정부의 대한반도, 대아시아정책은 대통령이나 국무부 관리보다 전문가집단에 영향받을 가능성이 큰 만큼 우리도 적절한 카운트파트를 찾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북―미 제네바합의로 공화당은 북한에 나쁜 버릇을 심어줬고, 북의 핵능력을 완전제거하지도 못했으며, 한미일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등의 이유로 비판적인 만큼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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