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지금도 당시 결정을 ‘정파보다 나라를 생각한 이총재의 결단’으로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총재의 결단에 즈음해 여야 중진급 인사들이 활발한 물밑대화를 벌인 사실도 일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당시 민주당 김원기(金元基)의원은 한나라당 부총재단을 대부분 만나 “나라가 어려울 때 이총재가 난국을 앞장서 푸는 모습을 보이는 게 야당에 유리하다”는 논리로 등원을 설득했다. 특히 이총재의 측근인 양정규(梁正圭) 하순봉(河舜鳳)부총재 등과는 밀도있는 대화가 이뤄졌다는 후문.
한국신당 김용환(金龍煥)대표와 자민련 강창희(姜昌熙)부총재도 한나라당과 민주당간 가교역을 자임했다. 김대표는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부총재와 만났고, 이회창총재에게도 전화를 걸어 등원을 설득했다. 민주당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에겐 탄핵안 처리 무산에 대한 여당의 사과를 주문하기도 했다. 강부총재는 하순봉부총재와 정창화(鄭昌和)원내총무 등과 접촉했다. 이에 대해 이총재의 한 핵심측근은 “이총재가 당시 국회 정상화를 염두에 두고 타이밍을 보고 있었으며, 23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의 전화통화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며 “여야 중진들간의 대화도 얼어붙은 분위기를 녹이는 데 일부 기여한 게 사실일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여권은 이달말 당정쇄신을 계기로 다양한 수준의 야당과의 대화를 모색하게 될 것”이라며 “그 점에서도 중진급 막후대화의 활성화는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문철기자>full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