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예산 10% '심의 死角'…국회통제 안받는 예비비 증액

  • 입력 2000년 12월 13일 18시 44분


국회 예결위의 예산심사가 13일 사실상 막을 내렸으나 101조원의 예산 중 10%가 넘는 11조원 이상이 심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총액계상예산 8조7000억원〓총액계상예산은 예산편성 단계에서 세부수요를 정하기 어려운 사업에 대해 총액으로만 편성하는 예산.

그러나 각 부처의 편의적 운용으로 갈수록 규모가 커지는 등 정부가 재량권을 남용해 사실상 국회 통제를 벗어난 상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내년도 예산안 중 총액계상예산은 모두 8조7000억원으로 예산 142조원(일반회계와 특별회계 합산기준)의 6.5%다. 94년부터 편성된 총액계상예산은 그동안 전체 예산의 2.5∼4.1% 수준을 유지해 왔으나, 99년 당시 기획예산위원회가 대상사업 확대를 지시하면서 6%대로 급증했다.

또 정부가 총액계상사업의 요건을 완화해 구체적으로 사업 내용을 정할 수 있는 사업마저 총액계상사업에 포함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내년도 예산안에 1533억원이 계상된 산업자원부의 산업기술기반 조성사업이 단적인 예. 이는 산자부가 당초 기획예산처에 독자적인 예산항목으로 요청했다가 반영이 되지 않자 다시 총액계상 예산항목에 포함시킨 것.

또 각 부처가 따낸 총액계상예산을 다른 사업예산으로 전용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국고보조금사업을 총액계상사업으로 운용할 경우 지방자치단체들이 예산집행결과를 밝히지 않아 예산편성 및 결산 모두 국회 통제를 벗어나게 된다.

▽예비비 27% 증액〓자연재해 등 예측할 수 없는 예산수요에 대비해 편성하는 예비비도 사실상 국회의 예산심사에서 벗어나 있다.

내년도 예비비는 재해복구비 1조2400억원, 공무원 추가처우개선 소요분 2000억원, 일반예비비 1조원 등을 합쳐 총 2조7000억원으로 올해에 비해 26.7%나 늘어난 규모다.

전체 예산 중 예비비 비중은 90년대 이후 2% 이내를 유지했으나 현정권이 출범한 98년부터 3%대로 크게 늘었다. 이는 일본의 0.5%에 비교해도 지나치게 많은 액수.

특히 재해복구비와 대통령 해외순방 경비 등 정례적으로 되풀이되는 예산까지 예비비로 편성하는 것은 예비비의 본래 취지를 벗어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회 예결위 한나라당 간사인 이한구(李漢久)의원은 “국회 심사를 받지 않는 예산이 11조원을 넘는 것은 비정상적인 상태”라며 “이처럼 불투명한 예산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용될 소지가 많은 만큼 대폭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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