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총기사고 조작'의혹 제기]정권 도덕성 도마에

  • 입력 2000년 12월 13일 19시 02분


지난해 5월 청와대 경비초소에서 발생한 총기사망사건을 둘러싼 의혹이 한나라당 김원웅(金元雄)의원이 공개한 ‘제보편지’에 의해 1년6개월 만에 되살아났다.

▽편지와 제보자〓김의원은 “제보자를 보호해야 한다”며 “제보자의 신원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김의원의 보좌관은 “겉봉에 ‘종로구 내자동 임××’라고 쓰인 제보 편지를 받았고 그 후 편지를 보냈다고 밝힌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서너 차례 통화를 했다”며 “그가 청와대 경호실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신분을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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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좌관은 “12일 오후 서울시내 모처에서 제보자를 만나려고 했으나 만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사고발생 시점이 5월 31일인데 편지에서는 7월 18일로 시점을 잘못 언급하고 있는 점 △당시 대통령이 러시아와 몽골을 방문중이었는데 중국을 방문중이라고 잘못 적고 있는 점 △제보자가 사고장소로 지적한 55초소는 일반인 면회실로 사고가 났다면 모든 사람이 알 수 있었다는 점 등을 거론하며 제보편지 작성자는 청와대 경호실 근무자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또 ‘청와대 경호실 내에서 은근히 왕따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한 구모 처장은 경호실 내 서열 2위로 ‘왕따’라는 표현이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청와대측은 편지내용 중에 청와대가 ‘청화대’로, 현재가 ‘현제’로 잘못 표기된 것도 의문점으로 지적했다.

▽편지 내용〓A4용지 2장 분량의 편지는 “(사건 발생) 이튿날 안주섭경호실장이 중국에서 돌아와 이무영 당시 서울청장, 박금성 당시 101경비단장, 김영화 당시 종로경찰서장 그리고 이효진 당시 경호실차장 등 4인을 경호실장실로 불러 구수회의를 한 결과 당시 종로서장이 책임을 지고 청화대 내가 아닌 청화대 밖 종로서 관할지역에서 총기오발로 사망한 것으로 하자고 결론을 내리고…”라고 적고 있다.

또 “당시 사망자 부모는 기자회견을 통해 모든 것을 알리겠다고 했으나 김영대 당시 경호실행정처장과 이화영 당시 101경비단부단장 둘이서 협상대표로 나서 1억여원을 위로금으로 주고 무마시킨 사실이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의원은 사망한 김순경 아버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경찰이 사고가 일어난 뒤에도 계속 따라다니며 공중전화 걸러 가는 것까지 감시했으며 돈은 3000만원을 줬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경찰이 밝힌 사건 정황〓지난해 5월31일 오후 청와대 경비초소에서 근무중이던 서울경찰청 101경비단 소속 김모경장(26)은 부근에서 방제작업중이던 인부 2명을 발견하고 김모순경(28)에게 “상황실에 보고하라”고 했으나 김순경은 “보고할 필요가 없다”며 지시를 거부했다. 그러자 김경장은 김순경에게 38구경 리볼버 권총을 겨누며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쏜다”고 하자 김순경이 “정말 쏠 수 있느냐, 쏴봐라”며 김경장의 권총에 실탄 1발을 장전해 건네주면서 총열을 자신의 입안으로 넣었다. 이어 두 사람이 총을 밀고 당기다 방아쇠를 잡고 있던 김경장의 손가락에 힘이 가해지면서 총알이 격발됐다.

<허문명·선대인기자>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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