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오전 한광옥(韓光玉)대통령비서실장으로부터 “대표는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을 때만해도 그의 얼굴에는 서운한 빛이 역력했다. 더욱이 탈락 이유가 ‘호남 출신’이라는 데에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대표 통보를 받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역이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면서 “호남 출신이라는 것이 천형(天刑)인 모양이지”라며 말끝을 흐렸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이날 오후 한실장으로부터 김최고위원의 이같은 반응을 보고 받고 직접 전화를 걸어 “김최고위원의 역할이 필요하다. 당을 위해 애써 달라”고 당부했다는 후문이다. 김대통령이 말한 ‘역할’이란 김중권(金重權)대표의 취약점으로 지적된 당내 화합과 대야관계 개선을 위해 애써달라는 의미라고 여권 관계자들은 풀이했다.
김최고위원은 김대통령의 주문대로 이날 김근태(金槿泰)최고위원과 소장파 의원들을 만나 당을 추스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그는 곧 한나라당 의원들도 만날 생각이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