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분 휩싸인 한적…'남북 불똥'이어 지도부 시끌

  • 입력 2000년 12월 20일 18시 57분


장충식(張忠植)총재의 ‘북한 비하’ 발언으로 홍역을 치렀던 대한적십자사가 이번엔 사무총장 사퇴를 둘러싸고 내홍(內訌)에 휩싸였다. 한적의 이같은 내부갈등은 원래의 임무보다는 대북사업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들이 한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대북지원과 남북적십자회담은 한적이 인도적 측면에서 벌이는 사업에 불과하다. 한적의 주요역할은 재난구호, 혈액사업, 사회봉사, 병원사업 등 인도적 봉사정신을 실현하는 데 있다. 그러나 정부가 한적을 통해 각종 대북지원을 시작하면서 한적이 남북문제에 깊이 연계됐고, 이 과정에서 일련의 사태가 불거졌다.

문제는 거취문제가 거론되는 장총재가 박기륜(朴基崙·60)사무총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박총장이 이를 거부하는 모습이 모양새도 좋지 않을뿐더러 한적의 위상에도 먹칠을 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번 사태를 두고 한적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적 노동조합도 장총재를 지지하는 민주노총 가입자와, 내부인사로는 드물게 사무총장이 된 박총장을 지지하는 한국노총 가입자로 맞서 있다.

두사람간의 갈등은 2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때 박총장이 장총재에게 일본행을 권유했으나 장총재가 귀국한 뒤 여론이 더욱 악화된 것이 직접적 이유라는 게 한적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이에 대해 장총재는 “총재로 취임하던 8월 보건복지부장관이 ‘총재가 바뀌면 총장 교체도 관행’이라며 (박총장의) 사표를 받으라고 권했으나 내가 연말로 시기를 늦춘 것”이라며 “(박총장이) 정년도 가까웠으니 후진을 위해 용퇴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갈등설을 부인했다.

한적 관계자는 “박총장이 휴가를 마친 뒤 30일 사표를 내면 사태가 마무리되겠지만 적십자인들의 모든 사회봉사 노력이 남북관계에 휘말리면서 이미지가 훼손된 것 같아 안타깝다”며 “실상 남북관계 조율을 매끄럽게 하지 못한 국가정보원과 정부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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