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성혜랑씨 자서전]"김정일 과격함은 모정결핍서 비롯"

  • 입력 2000년 12월 26일 20시 31분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전처 성혜림(成蕙琳)씨의 언니 성혜랑(成蕙琅)씨의 자서전 ‘등나무집’(지식나라)이 27일 출간된다.

동아일보가 26일 단독입수한 이 책에서 성씨는 김국방위원장과 성혜림씨가 만난 계기, 김국방위원장의 성격과 인간적 면모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97년 2월 피격된 이한영(李韓永)씨의 모친인 그는 북한 평성과학원 출판부 기자를 지내기도 했으며, 김국방위원장의 처형이라는 위치로 인해 북한 권력 핵심부의 생활상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성씨는 96년 2월 서방으로 탈출해 유럽의 한 국가에서 체류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자신이 북한에서 만났던 납북, 월북인사 220명의 명단과 근황을 공개한 ‘소식을 전합니다’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다음은 ‘등나무집’의 주요내용 요약.

▽김국방위원장과 성혜림씨가 만난 계기〓영화배우인 동생 혜림은 68년 캄보디아 프놈펜 영화축제에서 창조수기(연기 체험기)를 단숨에 써내고 기자 인터뷰를 거침없이 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두면서 김국방위원장의 시선을 끌었다.

당시 축전이 끝난 뒤 시아누크국왕은 김일성(金日成)주석에게 경의를 표했으며, 당시 영화부문을 책임지고 있던 김국방위원장은 축전결과에 만족해하면서 혜림의 역할을 높이 치하했다.

당시 계모인 김성애(金成愛)가 2인자로 등장하면서 아버지의 신임을 받아야 할 절박한 처지에 있던 김국방위원장은 이 때부터 혜림에게 호의와 관심을 보이면서 마침내 결혼으로까지 발전했다.

▽김국방위원장의 성격〓자신보다 연상인데다 유부녀였던 혜림과 가정을 꾸린 김국방위원장은 자유분방한 개성의 체현자였다. 김국방위원장 앞에서는 거짓말을 하기보다 진실을 말하는 것이 그 어떤 상황에서건 유리하다는 것을 성씨 자매는 터득하고 있었다.

김국방위원장은 70년대 초 사슴사냥을 나섰다가 분만기의 사슴이라는 사실을 안 뒤에는 남산병원 산부인과에서 분만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인간적인 면모도 보였다. 북한에 동물병원이 없기 때문에 고급 당간부들이 다니는 병원에 보냈었다. 이는 모정(母情)을 그리워하는 김국방위원장의 생각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일화이기도 하다.

▽김국방위원장의 아들 사랑과 인간성〓김국방위원장은 비밀 노출을 우려해 바깥세상과 차단된 아들이 애처로워 자기 힘 자라는 한 아들을 위한 일에는 그 무엇도 아끼지 않았다. 정남의 가정교사를 맡았던 성씨가 대우를 받은 것도 아들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다.

김국방위원장은 아들이 태어난 뒤 그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젊은 왕자는 잠투정하는 아들을 업어 재웠고 울음이 그칠 때까지 업고 들추며 엄마들이 우는 아이 달래듯 아기와 중얼거리며 얼렀다. 이런 그를 보는 혜림은 그가 측은했고, 엄마 없이 보금자리 없이 자란 그의 어린 시절과 아버지의 세도 밑에서도 고독하게 헤매던 그의 청춘을 이해해 주었다.

김국방위원장이 갖고 있는 안목은 선천, 후천적 영향이 혼재하고 있다. 김국방위원장의 성격은 윗대인 김주석과 지식인층인 조부모로부터, 너그러움과 깊은 인정 등은 할아버지(김형직)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흔히 김국방위원장을 ‘나쁜 인간’으로 보게 하는 과격함, 까다로움 등은 무제한 권력과 어머니의 부재 등으로 나타난 것이며 이같은 상반되는 성격은 그에게서 종잡기 힘든 난해한 기질로 표현되기도 한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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