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별〓민주당에서는 ‘8·30’ 전당대회가 ‘스타 탄생’의 산실이 됐다. 김중권(金重權)대표는 올해 ‘지옥’과 ‘천국’을 오갔다. 4월 총선에서 낙선했으나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에서 3위로 선전했고 이어 세밑 당정쇄신 과정에서 대표직을 움켜쥐었다.
정동영(鄭東泳)최고위원 역시 전당대회에서 젊은 바람을 일으킨 여세를 몰아 권노갑(權魯甲)전 최고위원을 2선으로 물러나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다. 그의 행동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리지만 대중정치인으로서의 인지도와 인기가 급부상함으로써 단시일 내 ‘차세대 주자군(群)’에 합류했다.
최고위원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한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도 동교동계 내에서의 ‘곁방살이’를 청산하고 독립적 위상을 가진 ‘리더’의 반열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김중권대표를 겨냥한 ‘기회주의자’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노무현(盧武鉉)해양수산부장관도 총선에서 낙선한 뒤 입각에 성공, 이미지 변신의 계기를 마련했다. ‘왕건(王建) 대망론’을 주창하고 있는 이한동(李漢東)총리는 한나라당의 계보 보스들 중 한사람이었으나 자민련으로 옷을 바꿔입고 자민련 총재 겸 총리로 정치적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한나라당에선 이회창(李會昌)총재의 독주가 계속됨으로써 상대적으로 ‘스타 탄생’이 많지 않았다. 4·13 총선을 앞두고 당내 중진들을 공천에서 대거 탈락시킨 ‘2·18 대학살’에도 불구하고 이총재는 총선에서 승리, 원내 제1당의 자리를 지킴으로써 당의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위상을 더 확고히 했다. 다른 중진들의 ‘관망’에 힘입어 박근혜(朴槿惠)부총재가 상대적으로 부상했다.
▽‘지는 해’〓‘영원한 킹 메이커’로 불렸던 김윤환(金潤煥)전 의원은 총선에서 낙마한 뒤 민국당 대표로서 재기를 다짐하고 있다. 신상우(辛相佑) 이기택(李基澤)전 의원 등도 와신상담(臥薪嘗膽) 중이다.
한때 유력한 대권주자의 반열에 올랐던 이수성(李壽成)전 총리나 조순(趙淳)전 서울시장, 박찬종(朴燦鍾)전 의원 등도 의원배지마저 달지 못했다.
공동 여권의 중진들 중에서도 총선 ‘사상자(死傷者)’가 많이 나왔다. 민주당에서는 조세형(趙世衡) 이종찬(李鍾贊) 김봉호(金琫鎬)전 의원이, 자민련에서는 한영수(韓英洙) 박철언(朴哲彦)전 의원이 회복이 쉽지 않은 일격을 맞았다.
다른 이유로 ‘정치적 암흑기’를 맞은 인사들도 적지 않았다. 재산파동으로 총리직에서 물러난 박태준(朴泰俊)전 총리가 대표적인 인물. 그는 정치에서 완전히 손을 뗀 채 일본을 오가며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권노갑 전 민주당 최고위원도 정동영 최고위원으로부터 ‘제2의 김현철(金賢哲)’이란 말까지 듣는 수모를 당한 채 또다시 2선으로 물러앉았다.
50여석의 정당에서 졸지에 교섭단체도 구성할 수 없는 17석의 미니정당으로 떨어진 자민련의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도 시련과 모색의 시기를 보냈다. 그는 “내년 봄에는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DJP 재결합’ 및 정계개편을 통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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