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리포트]지자체 선심사업 8592억 날렸다

  • 입력 2000년 12월 29일 18시 53분


‘선심성 사업은 빚을 져서라도, 남는 예산은 직원들 배 채우는 데….’

감사원은 5∼6월 16개 광역자치단체와 40개 기초자치단체의 재정운용실태를 감사한 결과 지자체 단체장들이 재원도 마련되지 않은 선심성 사업을 남발해 지난 5년간 422개 사업이중단되는 등 총 8592억원의 예산이 낭비됐다고 29일 밝혔다.

감사원 관계자는 “대부분의 지자체가 건전한 예산 마련 없이 지방채에 의존한 투자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해 지방채가 95년 4조316억여원에서 99년에는 5조3264억여원으로 증가했다”며 “부산 대구 광주 등은 위험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태〓대구광역시는 제4차 순환도로건설사업을 추진하면서 정부로부터 “사업추진을 재검토하라”는 통보를 받았는데 이를 무시해 결국 사업이 중단되면서 230억여원의 설계비를 날렸다. 부산광역시도 둔치도에 연료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 231억여원을 들여 교량 및 진입도로공사를 마무리했으나 이를 이용할 주민이 거의 없어 예산만 낭비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서울 강남구의 경우, 구청장이 99년 “시간외 근무수당을 최대한 확대 지급하라”는 지침을 내리자 휴가나 출장중인 직원을 뺀 700여명에 대해 하절기에는 밤 12시, 동절기에는 밤 11시까지 초과근무한 것으로 서류를 허위 작성해 총 21억여원을 부당 지급했다.

감사원은 또 부천 부산 전주 국제영화제 등 각종 국제행사가 지자체별로 경쟁적으로 개최되는 것도 예산 낭비를 부채질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지방자치단체 재정현황 지표

차입재원비율(%)지방채(억원)1인당 채무액(천원)
서울17.82조2647225
부산35.13조3406875
대구43.92조76021086
인천15.59617382
광주25.41조2257908
대전19.41조574756
울산20.35712537
경기6.29019100
강원5.83492234
충북6.71548105
충남9.35867307
전북4.22259118
전남3.7136960
경북9.54484162
경남4.6128443
제주17.54849912

▽조치〓감사원은 편법으로 시간외 근무수당 21억여원을 초과 집행한 서울 강남구청장과무리하게 해수욕장 개설을 추진한 마산시장 등 13개 자치단체장에게 주의를 주고 총 33명을 징계 요구하거나 인사자료를 통보하는 등 334건의 부당 사항을 적발했다. 감사원은 또 중앙정부의 지방재정 투자 및 융자사업 심사결과를 무시하고 투자사업을 추진한 지자체에 대해 교부세와 지방양여금을 감액하고, 지방채 채무상환비율 20%를 초과한 지자체에 대해서는 지방채 발행제한 등 제도적 방안을 강구하도록 행자부에 통보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시장 도지사 등 자치단체장의 의사결정에 대한 통제시스템이 없는 것이 이 같은 예산낭비의 주요인”이라고 말했다.

▽모범사례〓전남은 98년 344억원의 지방채 발행을 승인하고도 긴급한 수해복구를 위한 74억원만 발행하고 나머지는 취소하는 등 지방채 발행보다 경직성 경비 절감으로 재원을 충당해 95년 1419억원의 총채무액이 99년에는 1389억원으로 줄어들었다. 16개 시도 중 총채무액이 감소한 곳은 전남이 유일하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