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80% 가량이 현재의 여야 정치인 중 정치권의 문제점을 바로잡아 변화와 개혁을 주도할 수 있는 적임자가 없다고 보거나, 누가 적임인지 아닌지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임자로 거론된 인사들도 ‘한자릿수’ 지지에 그쳐 현역 정치인에 대한 국민적 불신 또는 무관심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사실은 동아일보가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 앤 리서치’에 의뢰, 작년 12월19일 20세 이상의 남녀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먼저 국회의원 등 여야 정치인의 문제점과 개선해야 할 사항이 무엇인지 물은 뒤, 정치권의 이런 변화와 개혁을 가장 잘 주도할 수 있는 정치인을 묻는 순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대통령은 물음에서 제외했다.
정치변화를 주도할 정치인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7.7%가 ‘없다’고 답했다. 또 32.1%는 ‘모르겠다’고 답해 국민 10명 중 8명 정도가 정치인 중 변화와 개혁을 주도할 인물을 꼽지 않았거나 꼽지 못했다.
이는 국민이 정치의 ‘현실’은 물론이고 정치의 ‘미래’에 대해서도 지극히 냉소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특히 대다수의 응답자들이 정치권을 변해야 할 집단으로 보면서도 정치변화의 가능성에는 극히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내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평가가 이미 한계수위에 이르렀음을 보여줬다.
반면 정치권의 변화와 개혁을 가장 잘 주도할 수 있는 인물로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7.7%로 가장 높았다. 여기에는 야당을 이끌고 있는 이총재의 역할에 대한 기대와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민주당 이인제(李仁濟·3.7%), 정동영(鄭東泳·2.6%)최고위원의 순이었다. 최근 민주당 권노갑(權魯甲)전 최고위원의 퇴진을 주장한 정동영 최고위원이 이인제 최고위원 다음으로 꼽힌 점이 눈길을 끌었다. 그 다음은 민주당의 김근태(金槿泰)최고위원, 김민석(金民錫)의원, 노무현(盧武鉉)해양수산부장관(이상 1.1%) 등이었다.
이회창 총재를 꼽은 응답자는 대구 경북 지역(16.3%)에서 특히 많았다. 부산 경남은 이에 다소 못미치는 9.4%였고, 인천 경기는 7.7%, 서울은 7.1%, 대전 충청은 6.2%, 광주 전라는 2.5%였다.
이인제 최고위원의 경우 서울 5.5%, 광주 전라 5.1%, 인천 경기 4.2%, 대전 충청 4.1%였고, 부산 경남 2.1%, 대구 경북 1.1%였다. 영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광주 전라에서 6.9%로 가장 높았다. 그는 대구 경북에서도 4.6%로 이회창 총재 다음으로 꼽혔다. 대구 경북에서는 김민석의원(2.6%)이 이인제 최고위원보다 많이 거명됐고, 서울에서는 김근태의원(3.0%)을 꼽은 응답자가 비교적 많았다.
<나선미동아미디어연구소전문위원>sunny6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