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뜨겁다/안기부 자금]YS 'DJ 비자금' 카드 꺼내 역공

  • 입력 2001년 1월 5일 18시 45분


《96년 15대 총선 당시 안기부 예산의 신한국당 유입의혹으로 정치권에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특히 민주당 김중권(金重權)대표가 5일 안기부 자금을 받은 구 여권 인사의 리스트에 대해서 언급하고 이에 김영삼(金泳三)전 대통령측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비자금 계좌 확보설을 흘림으로써 ‘맞불’을 놓아 폭로전 양상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안기부자금 리스트’〓김대표는 이날 오전 당 4역회의 직전 기자들에게 “안기부 자금을 받은 사람들의 리스트가 완전히 확인됐다는 말을 들었고 수사를 통해 전모가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김대표는 ‘리스트’에 관한 자신의 언급 자체를 부인했다.

민주당이 ‘리스트’를 입수했거나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인상은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김영환(金榮煥)대변인은 “15대 총선에서 안기부로부터 10억원 이상을 받은 인사가 10명이 넘는다는데…”라고까지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리스트’가 존재한다면 수사자료가 유출됐거나 구 여권 자료가 현 여권으로 흘러 들어갔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DJ비자금’계좌〓김 전대통령측은 김대통령의 비자금 계좌를 정면으로 거론하면서 역공(逆攻)에 나섰다. YS측은 특히 김대통령이 재임 중에도 돈을 주고받았다고까지 시사하고 나서 사실 여부를 떠나 파문이 예상된다.

YS는 지난해 10월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김대통령의 비자금 자료에 대해 “그것은 내가 갖고 있는 게 좋지요”라며 “그러나 영원히 비밀로 한다는 보장도 없지요”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또 “김대중씨가 돈을 갖고 있는 비자금 계좌도 다 압니다. 내가 머리가 그렇게 좋지 않지만 그런 것은 다 외웁니다”라고 말했다.

YS측의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의원은 5일 “김 전대통령이 단호한 태도를 취할 것 같다”며 “사태추이를 봐가며 단계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YS 조사하나〓‘안기부 돈 정치권 유입’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일단 YS와 차남 현철(賢哲)씨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1000억원대의 돈이 대통령의 재가없이 움직일 수 있었겠느냐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인 데다 현철씨도 당시 총선과정에 적극 개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필요한 것은 사실관계의 확정. 검찰은 이날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기섭(金己燮)전 안기부 운영차장과 황명수(黃明秀)전 의원을 상대로 김 전대통령의 재가 여부와 현철씨의 개입 여부를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YS부자에 대한 조사 여부는 김 전차장과 황 전의원의 ‘입’에 달려 있는 셈.

YS부자에 대한 조사는 수사의 마지막 순서가 될 전망. 조사방식은 ‘서면조사’방식이 유력하다. 그러나 관련자들이 모두 ‘부인’으로 일관하거나 자신의 선에서 책임을 짊어지려 할 경우 검찰이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조사를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

<윤영찬·신석호·선대인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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