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읍 차탄리에 사는 한애경씨(33·여)는 “예전에는 일이 있을 때만 읍사무소를 찾았는데 이젠 아이들의 산교육장이 된 것은 물론 만남의 장소로도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인접한 동두천시와 의정부시의 유치원 및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이곳으로 소풍을 올 정도가 됐다. 연천읍사무소에 따르면 지금까지 5만4000여명이 이곳을 다녀갔다.
관공서를 둘러싼 높고 칙칙한 담장이 무너지고 있다. 대신 주민들이 쉴 수 있는 녹지 공간이 하나 둘 들어서고 있다. 이에 따라 행정관청과 주민들 사이에 ‘마음의 벽’도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
서울 동작구청은 두달간 공사 끝에 칙칙한 담장을 헐어내고 지난해 12월 초 깔끔한 화단을 조성했다. 이후 구청은 민원해결의 장(場)을 넘어 휴식 및 산책 공간이 됐다.
담장 허물기 공사가 시작된 지난해 10월 주민들은 “경기도 안 좋은데 무슨 돈으로 급하지도 않은 공사를 하느냐”며 시큰둥해 했다. 그러나 화단이 만들어지자 주민들의 반응은 완전히 달라졌다.
구청 옆에서 20년간 약국을 운영해온 이모씨(여·57)는 “구청을 둘러싼 높은 벽 때문에 답답하고 삭막했는데 이젠 푸른 나무들을 볼 수 있어 늘 상쾌하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청은 지난해 여름 담장을 허문 자리에 나무가 우거진 만남의 장소를 조성했다. 주민 이인순씨(30·여)는 “이전에는 구청에 들어서면 왠지 주눅이 들곤 했는데 이제는 공원에 들어서듯 마음이 편안하다”고 말했다. 또 평일 오후5시∼다음날 오전7시, 주말 오후1시∼월요일 오전 7시에 지하 1, 2층 주차장(180대 수용)이 무료 개방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차를 대신 주차해 주기도 한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와 일산구는 지난해 8월과 11월 각각 신청사를 완공하면서 아예 담장을 만들지 않았다.
지자체의 ‘주민 곁으로’ 바람은 새해 들어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는 2002년까지 공공기관 123곳의 담장을 허물기로 했다. 인천시도 2003년까지 공공기관의 담장을 모두 허물어 민관의 ‘마음의 벽’을 좁혀나가기로 했다.
<정연욱·박정규·이동영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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