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연두기자회견 일문일답 요지]

  • 입력 2001년 1월 11일 18시 40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11일 오전 청와대에서 내외신 연두기자회견을 가졌다. 모두발언과 일문일답을 요약해 소개한다.

▼모두 발언▼

정치의 불안정은 경제적 악화와 사회혼란의 근본원인이다. 정치안정을 위해 자민련과의 공조를 굳건히 지켜 나가겠다. 야당과는 일시적인 경색에도 불구하고 공생의 기반 위에 협력해 나가겠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정도와 법치의 정치를 펴 나가겠다. 국민화합을 위해서 정성과 노력을 다하고 인사정책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 안기부예산의 선거자금 유용사건은 검찰이 법에 따라 엄정히 처리할 것이다.

경기가 급속히 하강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과 서민경제, 지방경제가 특별히 위축되고 있어 밤잠을 못 잘 지경이다. 그러나 밝은 면도 많이 있다. 경제 난국의 원인으로는 정부가 4대 개혁을 신속하고 철저히 하지 못한 책임이 컸다고 반성하고 결심을 새로이 하고 있다.

▼일문일답▼

―DJP 공조가 차기 대선에서의 공조로 이어지는가. 또 ‘강한 정부의 의미는….

“자민련과 공조 복원을 하면서 다음 대선 문제에 대해 논의한 바 없다. 민주적인 절차를 준수하며 대화와 양보로 풀어 가는 정치가 강력한 정치라고 생각한다. 그런 가운데 반드시 민주원칙과 법질서가 보장돼야 한다.”

―안기부예산 선거자금 유용사건 수사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와 김영삼(金泳三) 전대통령에게까지 미칠 가능성은….

“그 문제는 전적으로 검찰이 법률에 의해 수사하고 있다. 지금은 저의 의견과 말씀을 삼가겠다.”

―야당은 대통령의 비자금 내용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지금의 검찰수사는 범죄행위 수사이지 정치자금 수사가 아니다. 초점을 다른 데로 가져가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하지만 내 정치생명을 걸고 불법적이거나 문제가 된 정치자금을 받은 적은 결단코 없다. 그렇지 않다면 이 자리에 있지도 못했을 것이다.”

―경색된 정국을 풀기 위해 이회창총재와 다시 만날 계획이 있는가.

“대통령이 편하게 성공적으로 하려면 야당과의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저는 부덕의 소치겠지만 야당의 협력을 못 받은 것은 물론 심한 괴로움을 당했다. 야당과 잘 지내고 싶은데 이에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원칙이다. 또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하는 상생의 원칙이 있어야 한다. 앞으로 야당과의 관계에서 범국가적 차원에서 협력하고 대통령은 공정한 선거관리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실현되기를 바란다.”

―구조조정과 경기부양과는 상충된 측면이 있는데….

“구조조정이 우선한다. 경기대책은 보완적인 것이다. 경기대책은 구조조정을 성공시키기 위한 보완조치다.”

―최근 증시의 반등기미가 있는데….

“증시 활성화에는 왕도는 없고 정도만 있다. 증시를 활성화시키려면 기업이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 4대 개혁을 철저히 해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강하게 해야 한다. 또한 증시는 시장심리가 크게 좌우한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시카고대의 어떤 교수는 경제는 심리이고 ‘하면 된다’는 생각을 시장과 국민이 가질 때 경제는 잘된다고 했다. 우리나라에 와있는 외국기업들은 여론조사에서 우리 경제가 희망이 있다고 했다.”

―대폭적인 개각을 구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정치권 인사를 대거 기용할 것인가.

“여기서 보따리를 다 풀어버리라는 말인가. 지금은 경제문제를 숨가쁜 심정으로 되살리려 하고 있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 여러분이 확실히 알게 조치하겠다.”

―민주당 의원의 자민련 이적에 대한 비판이 많은데….

“현실적으로 국회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자민련이 국회 운영에서 발언권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공조로 의원을 주고받고 했지만 야당은 과거 여당 때 야당을 파괴하면서 (의원들을) 데려갔다. 15대 총선 때 신한국당은 과반수에 11석이 모자랐다. 그래서 자민련 6석, 통합민주당 3석, 무소속 13석 등 22석을 빼가서 과반수를 넘겼다. 그렇게 야당을 파괴하면서 데려간 것은 괜찮고, 공동여당끼리 도와준 것은 국정파괴라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이 납득을 못한다. 이 문제에 대해 국민 비판은 감수하겠으나 야당은 장외집회까지 하면서 비판할 입장이 되는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지난해 남북관계에서 성과도 많았지만 우리가 일방적으로 북에 끌려 다닌다는 지적도 있었는데….

“남북관계는 우리가 끌려간 것도 없고 끌려온 것도 없다. 서로 합의 안 하면 아무것도 안 된다. 결과적으로는 우리가 더 많이 얻었다. 물론 북한쪽 말을 많이 들어주기도 했으나 주로 만나는 장소와 시간, 날짜 등에 관한 것이었다. 국민의 동의 없이는 절대로 대북지원을 하지 않는다. 이번 국회에서 5000억원을 승인해 줬는데 이 돈을 갖고 지원할 것이다. 북한이 경제적으로 잘 돼야 지금이나 앞으로 우리의 부담이 줄어든다. 개성공단은 금년 중 현실화될 것이다.”

―미국의 차기행정부와의 관계는….

“부시 행정부는 자유무역을 철저히 신봉하는 정부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이로운 점도 있을 것이다. 다만 미국 경기도 하강상태에 있어 무역에 부정적인 일이 있을까 걱정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도 기본적으로 대북 햇볕정책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차기 정부도 현재의 남북간 화해협력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나.

“국민의 동의를 얻어 모든 것을 해나갈 것이기 때문에 다음 정권도 그런 국민의 의사를 존중할 것으로 본다.”

―올해 하반기 이후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말해 왔는데….

“기업대표들은 ‘4대 개혁만 철저히 해달라. 그러면 우리가 해내겠다’고 한다. 기업들이 정부에 대해 신뢰를 갖기 시작했다. 국민이 희망을 갖도록 언론도 나서야 한다. 국민이 지나치게 겁을 먹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계개편론에 대해서는….

“자꾸 그런 얘기를 하는데 (나는) 들어본 일도 없고, 주위에서 논의한 일도 없다.”

―대북 전력지원이 김정일(金正日)위원장의 서울 답방 조건이 될 수 있는가.

“김위원장의 서울 방문은 내가 평양을 방문한 것에 대한 답방이다. 조건이 있을 수 없다. 정부의 대북지원은 국가예산 범위 내에서, 수혜자인 북한의 입장도 충분히 감안해 할 것이다. 전력지원은 여러가지 기술적인 문제가 있다고 한다. 아직 아무것도 합의된 게 없다. 이제부터 논의한다.”

<윤승모·선대인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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