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은 올 들어 ‘공동사설’과 ‘2001년 대회’ 등을 통해 6·15공동선언의 철저한 이행을 강조한 데 이어 예상치 못했던 적십자회담의 이 달 개최, 태권도시범단 실무접촉 및 어업실무자협의회 조속 개최 등 교류 협력 제안들을 연일 숨가쁘게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측이 지난해 ‘총화(사업결산)’ 결과 남북관계 개선이 전체적으로 자신들에게 이익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보수성향의 조지 W 부시 미행정부 출범에 따른 불안감도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부시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 모색기간을 향후 6개월로 보고 한반도에 화해기류가 이미 정착됐음을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것.
▼ 중국식 개방정책 가능성 ▼
성격은 다르지만 4일 노동신문에 소개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신사고’도 북측의 적극적인 대남 제의들을 뒷받침하고 있다.
신사고론은 ‘낡은 관념을 버리고 새로운 사고방식, 새로운 관점을 가질 것’을 요구하며 ‘지금과 같은 처지에서 일약 부흥으로 도약하자면 보통 속도로는 어림도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북측이 갑자기 신사고론을 내세운 배경은 명확하지 않다. ‘신사고’가 구 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주창했던 ‘글라스노스트(개혁)’나 ‘페레스트로이카(개방)’와는 전혀 의미가 다르기 때문. 다만 자력갱생을 표방하던 과거의 틀을 깨고 실용주의 노선을 조심스럽게 도입하겠다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또 부흥으로 도약하기 위해 새로운 속도를 요구한 대목은 북한의 대표적 ‘대중노력동원’인 ‘천리마운동’을 재해석하면서 경제건설을 위한 주민의 노력동원을 한층 강화하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이종석(李鍾奭)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은 “북한의 신사고는 중국식 개방정책의 장점을 평가해 나름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