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최근 언급한 ‘신사고’는 경제분야의 개혁, 개방과 함께 사상과 체제에서도 근본적인 변화가 추구될 수 있음을 암시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정부 당국자는 17일 ‘21세기는 거창한 전변의 세기, 창조의 세기이다’라는 제목의 4일자 노동신문 정론을 근거로 조심스럽게 변화 가능성을 내다봤다.
이 당국자는 김국방위원장이 ‘신사고’를 내세우면서 “지금은 60년대와 다르므로 지난날의 낡은 일본새로 일하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것은 경제뿐만 아니라 사상과 정치까지도 ‘변화의 범주’에 넣은 것이라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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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북한에서 60년대는 정치 사상 등 모든 분야에서 유일 지도이념인 ‘주체사상’이 체계화, 교조화한 시기”라며 “김국방위원장이 다른 시기도 아니고 60년대를 특정해 낡은 시기라고 지칭한 것은 이념과 체제문제에 대해서도 개혁의 ‘메스’를 가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국방위원장은 지난해 말부터 ‘21세기 지도자’라는 호칭를 쓰면서 김일성(金日成)주석의 ‘유훈통치’에서 벗어난 듯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고, 90년대 일관되게 유지해 온 ‘우리식 사회주의’와도 상당한 거리를 둔 채 ‘김정일식 개혁개방’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다른 분석과 견해를 내놓는 사람도 많다. ‘신사고’를 너무 기대어린 눈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서대숙(徐大肅·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 유호열(柳浩烈·고려대·북한학)씨 등은 공산권 붕괴에도 불구하고 북한체제를 지탱해 온 주체사상을 버린다는 것은 체제 와해와 주민 이완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상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북한이 오히려 신년 공동사설에서 ‘우리의 이념, 우리식의 정치체제, 우리식의 혁명방식 옹호고수’를 역설해 현체제를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고 보았다.
특히 김국방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수령 결사옹위’를 다짐하면서 주체사상의 핵심이념인 수령론을 더욱 강조하고 있는 것은 현재의 사상과 체제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