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부시정부]'대북정책 시금석'의 향방

  • 입력 2001년 1월 17일 18시 50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20일 취임한다. 보수성향의 부시행정부의 출범은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부시정권의 대(對)한반도정책 방향을 짚어보고 남―북―미 3각관계에 미칠 영향을 세부적으로 점검해본다.》

미국 조지 W 부시 공화당정부의 향후 대한반도 정책을 가늠할 ‘시금석’은 94년 체결된 북―미 제네바합의의 손질 여부이다.

‘합의된 기본틀(Agreed Framework)’이라는 명칭처럼 제네바 합의는 지난 6년간 남―북―미 전반의 관계를 규율해온 근본 얼개였기 때문이다. 미국은 그동안 이 틀에 따라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포용을 기본으로 한 대북 개입정책(Engagement Policy)과 페리 프로세스를 추진해 왔고, 한국도 김대중(金大中)정부 들어 ‘햇볕정책’을 기조로 한 대북포용정책을 펴왔다.

 한반도와 부시정부 분야별 점검
- '대북정책 시금석'의 향방
- 파월 발언/대북관계 채찍·당근 병행
- "투명성 없인 지원도 없다"
- "미사일방어체제 강행" 新냉전 가능성
- 주한 병력배치 바뀌나
- 거세질 시장개방 요구

따라서 ‘합의된 기본틀’이 흔들린다는 것은 그동안 진전돼온 남―북―미 관계를 94년 상황으로 되돌릴 가능성이 높으며 3자간에 새로운 긴장관계가 형성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문 주용 내용
주요 항목세부 내용
흑연감속원자로를 경수로로 대체-2003년까지 총발전용량 2000㎿의 경수로 북한에 제공
-대체에너지(연간 중유 50만t) 제공
-북한의 흑연감속원자로 및 관련시설 동결, 궁극적 해체
북-미 정치 경제적 관계 완전정상화 추구-무역 및 투자제한 완화조치 실시
-영사 및 기술적 문제 해결 후 쌍방 수도에 연락사무소 설치
-양국 관계를 대사급으로 격상
핵 없는 한반도 평화와 안전 위해 노력-미국은 북한에 핵무기 불위협 또는 불사용 공식보장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행 위한 일관된 조치 실시
-북한은 남북대화에 착수
국제적 핵비확산체제 강화노력-북한은 NPT 당사국으로 잔류하며 조약상 안전조치협정 이행
-공급계약 체결즉시 IAEA 안전조치협정에 따라 일반사찰 재개
-주요 핵심부품 인도전에 북한은 IAEA 안전조치협정 완전이행

제네바 핵합의를 눈여겨 봐야하는 것은 ‘힘에 의한 평화’와 ‘철저한 상호주의’를 내세우는 부시행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미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네바 합의는 북한의 핵개발을 중단시키지 못했다”며 대북 불신감을 표시해왔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6일 “부시 차기행정부가 94년 핵동결의 대가로 북한에 경수로를 제공키로 한 제네바 합의의 재고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매파인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지명자는 “미국은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를 본격 구축할 것이며, 북한에 건설중인 경수로를 화력발전소로 전환하는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제네바 합의의 틀을 바꾸겠다는 의미이다. 그의 언급은 단순히 원자력발전소를 화력발전소로 대체하자는 것 같지만, 실무적으로는 97년 시작된 경수로공사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경수로 공급협정을 새로 체결해야 하고,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사업 자체를 전면적으로 변경해야 하는 것이다. 경수로 대신 화전으로 결말난다면 미국으로서는 대체에너지(중유) 지원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실리가 있지만 화전 건설이후 연료를 어떻게 제공할 것이냐는 등의 문제가 KEDO로 고스란히 떠넘겨진다.

이럴 경우 북한은 미국의 ‘약속 위반’을 이유로 최악의 경우 핵동결을 해제할 수 있다. 이는 제네바 합의의 파기를 의미한다. 이 경우 북―미관계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며 북한과의 포괄적인 협상을 담은 페리 프로세스도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과 북한이 이같은 최악의 상황은 피할 것으로 보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제네바 합의의 파괴로 동북아에 긴장이 조성되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맞지 않으며 부시행정부가 출범하더라도 페리 프로세스를 벗어나는 대안을 내놓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도 핵 재개발로 강경입장의 미국을 자극할 경우 경제회복은 물론 체제 생존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서동만(徐東晩)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새로운 미국 외교안보팀은 과거의 입장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정책담당을 하게 될 때 제네바 합의의 파기 등 급격한 정책 변화는 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향후 북한의 협상자세 등이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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